회사원 K씨는 지난 11월 밝은 음성의 여성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울산에 좋은 땅이 있으니 사라는 권유였다. K씨는 이후 몇차례 더 통화를 한 뒤 서너배는 보장된다는 말에 덥석 가계약금 3백만원을 걸었다. K씨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현장답사를 한차례 다녀온 뒤 땅을 최종 매입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시세를 문의해 본 결과 도로를 낀 노른자위 땅의 시세가 평당 10만원이라는 대답을 듣게 됐다. 자신이 산 평당 38만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토지시장이 달아오를 조짐이 보이자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획부동산이란 대규모 땅을 매입한 뒤 이를 잘게 쪼개 개미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사설 부동산회사로 주로 1백명 안팎의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전화로 영업을 한다.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면서 이들로부터 한차례 이상 전화를 받아보지 않은 직장인이 없을 정도다. 현재 서울에선 1백50개 이상의 기획부동산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토지시장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요즘 기획부동산들이 취급하고있는 물건은 나름대로 재료가 있는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 등의 땅이다. 그러나 이들이 파는 땅값에는 거품이 많은게 현실이다. 게다가 이들이 제시하는 장밋빛 전망대로 시장이 흘러갈 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토지바람이 불었던 90년대 초 기획부동산으로부터 샀던 땅을 반값에도 처분하지 못한 채 아직도 애를 태우고 있는 피해자가 주변에 많다. 놀라운 것은 상황이 이럴진대도 기획부동산들의 권유에 넘어가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땅 투자자가 되려면 적어도 1평의 땅을 사기 위해 수십번의 발품을 팔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 도움말:진명기 JMK플래닝 대표 (02)2040-6781 >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