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전용일(73)씨가 22일 고국에 돌아와서50년 만에 처음으로 설을 맞았다. 지난 51년 12월 입대해 한국군 6사단 소속으로 참전중 53년 7월 강원도 금성지구 교암산 전투에서 중공군 포로로 붙잡혀 북송된 지 반세기 만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거처인 경북 영천시 화산면 동생 수일(64)씨 집에서 돌아가신부모님과 조부모님에게 제사를 드리며 고향에서의 설을 시작했다. 전씨는 "좀더 일찍 돌아왔더라면 어머님 임종(지난 99년)이라도 모실 수 있었을텐데…"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50년 세월은 조국에 바쳤기에 후회될 것이 없지만 부모님에게는 불효요, 가족에겐 아픔이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날 회색 저고리와 흰색 바지에 검정색 두루마기 차림이었다. 그는 "많은 동포들이 관심과 지원을 보내줘 힘이 된다"며 "나는 문제될 게 없는데 북한에 남겨둔 두 아들과 딸이 어찌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50년만에 돌아온 대한민국이 세계적 강성대국으로 발전해 있어 총을 쥐고 싸운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보람을 느꼈다"며 조국의 발전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동생 수일씨는 "올해 설은 돌아가신 줄 알았던 형님과 함께 제사를 드려 기쁘기한이 없다"며 "20일 부모님 산소에 성묘를 드릴 때도 감격스러워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19일 귀향 직후 긴장이 풀린 탓인지 건강이 악화돼 20일 새벽 병원으로 옮겨져 링거를 맞았고 다음날도 통원치료를 받았다. 이날 오후 전씨는 동생과 함께 영천시 신령면 완전리 형수댁에 들어 조카 및 조카손자들과 옛날 얘기를 나누는 등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동생 수일씨는 "형님의 건강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듯하다"면서 "손님이 없을 때는 누워 계신다"고 전씨의 근황을 전했다. 그는 "형님 호적이 부활됐지만 아직 건강보험카드 발급이 되지 않아 병원 다니기가 부담스럽다"며 원활한 행정지원을 요망했다. 한편 지난 21일 오후에는 이의근 경북지사가 전씨 거처를 방문해 격려금 200만원을 전달했고, 오는 26일과 27일엔 각각 화산면과 영천시가 개최하는 환영식이 열릴 예정이다. (영천=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realism@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