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를 끌어온 LG카드 사태가 채권단과 LG그룹의 지원결정으로 일단락됐다. 이제 LG카드는 부도 위기에서 벗어나 앞으로 1년동안 산업은행의 직접 관리를 받는 채권단 소유 회사로 새 출발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채권단과 LG그룹의 지원은 정상화를 위한 발판에 불과할 뿐 회생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른 채권자들의 만기연장,부실자산 정리와 수익구조 개선,연체 감축,매각 성공 등 산적한 과제들을 여하히 해결하느냐가 LG카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합의 내용=막판 쟁점은 LG카드에 추가 자금소요가 생길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이냐의 문제였다. 채권은행들이 모두 책임질 수 없다고 하자 정부가 내놓은 최종안은 최대 5천억원을 산업은행과 LG그룹이 각각 25%(1천2백50억원)와 75%(3천7백50억원)씩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이 제안을 LG그룹이 9일 수용하면서 협상은 타결됐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붙었다. 우선 LG그룹이 3천7백50억원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채권단은 담보로 확보해 둔 구본무 LG그룹 회장 소유의 ㈜LG 지분(5.46%)을 돌려주기로 했다. 구 회장은 이 주식을 팔아 3천7백50억원 중 1천4백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제 추가자금 지원금액이 3천7백50억원에 못 미치거나 1년 이내에 자금지원 소요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도 1년이 경과하는 시점에 구 회장에게 주식을 반환하기로 했다. ◆LG카드 얼마나 지원받나=우선 채권단은 종전 채권 2조원을 출자전환하는 것은 물론 1조6천5백억원을 유동성으로 지원하고 나중에는 이 마저도 자본으로 전환해준다. 구체적으론 '1조6천5백억원 유동성지원→1조원 출자전환→44 대 1 감자(자본금감축)→1조원 출자전환→1조6천5백억원 출자전환'의 과정이다. 이와는 별개로 산업은행은 추가자금 소요가 있을 경우 최대 1천2백50억원을 지원한다. LG그룹은 후순위전환사채 인수로 5천억원,회사채 매입으로 3천억원 등 모두 8천억원의 유동성을 제공한다. 또 추가자금 소요시 최대 3천7백50억원을 떠맡는다. ◆문제는 없나=산업은행과 LG그룹이 추가 지원을 약속했지만 한도가 5천억원으로 정해져 있는 게 문제다. LG카드가 시장신뢰를 얻지 못해 상환요구가 쏟아질 경우 추가자금 소요가 수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채권단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면 LG카드는 또다시 심각한 부도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LG증권 매각 이익이 과연 3천5백억원이 될지도 의문이다. 채권단은 LG증권 매각이익을 3천5백억원으로 가정하고 신규자금 지원 규모를 2조원에서 1조6천5백억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LG그룹의 직간접적 지원이 사라질 LG증권이 그만큼 비싼 가격에 팔릴지 채권단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실사기관인 삼일회계법인의 분석결과 LG증권 매각이익은 2천억원에도 못 미쳤다. 하영춘·김용준·김인식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