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굵직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외국계 자본에 인수되면서 일고 있는 '금융주권 약화' 논란의 해결카드로 정부가 '사모(私募) 주식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 활성화'를 빼들었다. 미국계 투자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과 같은 회사를 한국에서도 만들어 향후 민영화되는 금융회사 및 부실 기업 인수전에 참여토록 유도, 국적 자본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공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를 매각할 때마다 불거진 '헐값 매각 논란'도 국내 대항마 출연의 필요성을 높인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외국계에 견줄만할 경쟁 세력이 국내에는 없는 까닭에 정부는 공자금 투입 회사 매각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 왜 대형 국내 금융자본인가 정부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외자 유치를 통해 부실 금융회사를 줄줄이 외국계 자본에 매각,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외자유치 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국내 자본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초래된 만큼 경쟁적 시장구도를 형성하기 위해서도 국적 대형펀드 육성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재정경제부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의 금융산업 직접투자액(누계 기준)은 96년 19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1백4억달러로 5배 넘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제일ㆍ한미ㆍ외환은행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가 은행권의 외국계 자본 시장점유율은 26.7%로 높아졌다. 증권업 분야 외국계 시장점유율도 현투증권이 미 푸르덴셜금융에 매각된 뒤 30.7%까지 상승했다. ◆ 한투ㆍ대투 매각부터 경쟁 유도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금융회사 민영화와 부실 기업 매각에 외국자본과 경쟁할 수 있는 대규모 국내 자본이 출현할 수 있도록 사모 주식투자펀드 설립과 자산운용, 자금조달 기준 등을 대거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연기금과 금융회사, 일반 법인, 개인자산가 등의 자본을 결합해 외국계 사모펀드처럼 3∼7년의 중장기로 금융회사 및 기업의 주식과 경영권에 투자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당장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한투ㆍ대투증권 및 대우증권 매각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회사 민영화때부터 국내 은행이나 연기금 등이 외국계 자본과 입찰 경쟁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 산업자본 참여는 배제될 듯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사모 주식투자펀드를 통하더라도 현재로선 산업자본의 은행지배 제한을 풀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주식 투자를 주된 업무로 하는 금융 전업 투자회사(뮤추얼펀드)에 산업자본이 참여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현재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의결권은 전체 지분의 4%까지로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사모 주식투자펀드 활성화 방안에도 불구, '과연 민영화되는 금융회사를 인수할 만한 대규모 투자 자본이 제대로 모아지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연기금 자금을 활용해 공자금을 회수하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오는 분위기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