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기존 점포들의 내년도 매출 목표를 올해 수준이나 그 이하로 잡고 있다. 백화점들은 외환위기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98년에도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5% 늘려 잡았다. 그만큼 내년 소비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은 내년 하반기에나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긴축'과 '보수'를 키워드로 하는 2004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해 개점한 대구점을 제외한 19개 기존 점포의 내년 매출 목표를 올해 수준(7조5천억원)으로 잡았다. 신용불량자가 3백60만명에 달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소비 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 다만 내년 중 대구 상인점(4월),전주점(5월) 서울 명품관(10월) 등 3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열기 때문에 총매출은 올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불황기인 데다 신용불량자가 계속 늘고 있고 할인점 인터넷몰 등 경쟁업태가 부상하고 있어 백화점 매출이 늘어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매출이 올해 수준만 돼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조3천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매출 목표를 올해 예상실적(2조2천억원)보다 오히려 낮춰 잡았다.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목표를 잡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기존 점포 매출 목표를 낮춰 잡은 것은 내년이 처음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백화점 부문의 매출 부진을 할인점 이마트의 공격적 출점을 통해 만회할 계획이다. 현대와 갤러리아도 각각 12개,6개인 기존 점포들의 내년도 매출이 올해보다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백화점은 예년과 달리 아직도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주요 백화점들의 올해 기존 점포 매출은 지난해보다 평균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월간 매출이 1년 전보다 줄어든 탓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