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토지시장이 유망할 것이라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연말 토지시장은 깊은 관망상태에 빠져 있다. 일부 수도권 인기 펜션 단지 주변 땅의 경우 투자 문의가 늘었지만 전체 토지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은 못된다. 행정수도 이전 후보예정 지역,신도시 예정지,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등 재료를 보유한 지역의 토지시장에도 투자자들의 발길은 구경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가격도 제자리 걸음이고 일부 급매물만 간간이 거래되고 있다. 다만 개발예정 정보가 있는 지역의 매물은 여전히 귀한 편이다. 검찰이 토지투기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토지 투기지역이 확대된 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택시장 급랭으로 토지시장이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할 대체 시장으로 떠오를 잠재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며 "지금은 투자자들이 토지시장의 동향을 살피는 탐색기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내년 초 이후에나 토지시장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포·시흥 일대 김포신도시는 이미 지난 8월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극도의 침체기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신도시 발표 이후 2∼3개월동안 가격이 최고 두배 이상 올랐지만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자 거짓말처럼 투자열기가 가라앉았다. 찾는 사람이 없어 가격이 얼마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폐염전 투자바람이 불었던 시흥시 일대도 마찬가지다. 매수세가 끊겨 토지전문 중개업소들은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천안·아산 일대 경부고속철도 개통,행정수도 이전 가능성 등의 재료를 가진 충남 천안·아산 일대 토지시장도 주춤거리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견해다. 매수자가 사라지고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땅들은 값이 떨어지고 있다. 다만 1급지 매물은 아주 귀하다. 천안 불당동 집보아공인 배점숙 대표는 "현재의 토지시장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전주(錢主)를 끼고 있는 토지 전문 중개업소들이 중장기 보유목적으로 좋은 물건은 나오자마자 찍는다"며 "이런 상황이어서 일반투자자들은 1급지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주·태안 일대 펜션 공급 바람이 불면서 올 상반기 중 크게 올랐던 충남 태안읍 일대 토지시장도 서울 아파트시장과 유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매수세를 찾아 볼 수 없고 호가 공백도 상당히 큰 상황이다. 현지 진주공인 문제능 대표는 "바다가 멀리 보이는 땅의 경우 매도자는 평당 30만∼40만원을 부르고 있지만 매수자는 평당 10만∼15만원을 제시하고 있어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도 일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역 경기가 좋지 않아 토지시장이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주투자닷컴의 강경래 대표는 "전국에서 검찰이 분필한 토지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부동산 투기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어도 내년 2∼3월까지는 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용인 일대 경기도 용인 일대 부동산시장은 엄격해진 인허가 절차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용인시가 난개발의 멍에를 벗기 위해 인허가를 아예 내주지 않다시피 해 토지의 활용가치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JMK플래닝의 진명기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토지투기지역 확대,검찰 투기조사 등의 영향으로 강원도 홍천 평창 등 주 5일 근무제 수혜를 입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장이 조정기를 보이고 있다"며 "토지투자를 하려면 중장기 전망을 가지고 투자가치가 있는 땅을 선별적으로 매입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