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죽음으로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는 일이없어졌어야 하는데..."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전태일 열사가 온몸을 불태운 지 33년이 되는 13일을 하루 앞둔 12일 여동생 순옥(49)씨는 최근 잇따른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착찹해 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정도로 노동자들의 절박한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 부인과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받아야 하는 고통은 말로 다 설명할 수없다"며 "아버지 역할을 하던 오빠가 세상을 떠나고 우리가 바로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순옥씨는 이어 "손해배상소송, 가압류로 생존권을 위협하면서 노동자의 인격을무시하는 모습은 33년 전의 노사문화에 비해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며 "기본적인 복지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고,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노-정 충돌 양상과 관련, "손배소.가압류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충돌 국면이 조금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사정간의 불신으로인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 경영자도 한발 물러서 노동자들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충고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정경유착에 대한 최근의 검찰수사가 향후 기업들이 투명경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경영자측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노동자들과서로 동반자적인 관계를 이룩해 나가야만 그간의 불신을 없애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문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지난 3월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영어로 번역해 출간했으며, 6월에는 서울 창신동에 봉제의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참여성 노동복지터'를 만들기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