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女帝'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독주가 계속된 가운데 `코리언 파워'의 돌풍이 어느때보다 거세게 휘몰아쳤다. 소렌스탐은 9일(한국시간) 끝난 미즈노클래식에서 시즌 6번째 우승과 함께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상 타이틀을 손에 넣으며 '지존'의 위치를 다시 확인시켰다. 34년만의 두자릿수 승수 달성, 38년만의 시즌 11승 등 역사적인 이정표를 두루남긴 지난해 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역시 대단한 수확을 거뒀다. 특히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컵을 챙겨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스스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짜릿한 순간이었다. 더욱이 소렌스탐은 58년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도전, 억센 남자들과의성대결 첫 테이프를 끊었고 지난달에는 `명예의 전당'에 정식 입회, 골퍼로서 누릴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단 16개 대회에만 출전, 14차례 톱10에 진입했고 또 무려 6승을 챙기며 2개 대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이미 3개의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아직 소렌스탐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단적인 증거. 여기에 규정 라운드 수를 다 채우지 못해 베어 트로피의 주인이 되지 못했지만시즌 평균 69.19타(미즈노클래식 제외)를 기록하며 여전히 최강임을 증명했다. 특히 소렌스탐은 특유의 `컴퓨터 아이언샷'에다 성대결 과정에서 키운 드라이브샷 비거리와 강인한 승부근성까지 더해 '결점'없는 플레이를 펼치기에 가능토록 했다. 물론 올해도 소렌스탐의 `대항마'로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선수는 박세리. 캔디 쿵(대만)과 함께 나란히 다승 부문 2위(3승)에 오르며 대회때마다 소렌스탐과 맞붙어 `빅2'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그러나 박세리는 올해 모두 6번째 준우승에 그쳤을 만큼 운과 `기(氣)'가 미치지 못했고 특히 3차례나 소렌스탐에 우승을 내준 채 2위에 그쳐 `소렌스탐 넘어서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박세리와 함께 올해 어느때보다 강했던 `코리언 군단'의 돌풍을 이끈 선수는 박지은(24.나이키골프)과 한희원(25.휠라코리아), 안시현(19.코오롱) 등이다. 김미현(26.KTF)의 안타까운 부진 속에 박지은은 미켈롭라이트오픈 우승으로 통산 4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23개 대회중 16차례 톱10에 올랐다. 한희원도 빅애플클래식과 웬디스챔피언십 등 2개 대회를 석권하면서 상금랭킹 2-4위가 모두 한국선수들로 채워지기도 했다. 이밖에 국내 정규투어에서 우승이 없던 안시현은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예상을 깨고 우승, `신데렐라'로 급부상하며 한국선수의 합산 승수를 `7'로 늘려 놓았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강수연(27.아스트라), 김영(23.신세계), 이정연(24.한국타이어), 김미현 등도 리더보드를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코리언 파워에 힘을 실었다. 이밖에도 한국계 `천재소녀' 위성미(14.미국명 미셸 위)와 이제 정회원이 된 아마추어 최강 송아리(17)도 아마추어 자격으로 프로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등 실력발휘를 했다. 따라서 송아리와 안시현, 그리고 국내 최강의 자리를 지켜온 정일미(31.한솔)까지 가세한 LPGA 코리언 군단은 내년에 더욱 강력한 파워를 자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03년 LPGA 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은 문화와 언어의 차이 때문에 끊임없는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