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부상과 턱 수술로 올 시즌을 접은 이형택(27)과 조윤정(24.이상 삼성증권)에게 2003년은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해로 기억된다. 이형택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지금도 가슴벅찬 첫 우승의 쾌거를 일궜고, 조윤정은 남녀 선수 통틀어 한국 최고 랭킹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손목이 좋지 않아 마스터스시리즈 파리대회를 포기하고 지난 26일 귀국한 이형택은 올 1월 호주 시드니에서 아무도 예상못한 낭보를 전했다. 강호들이 대거 참가한 아디다스 인터내셔널대회에서 현 세계 1위인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를 2-1로 꺾고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ATP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는 기염을 토했던 것. 이형택은 또 2월에는 시벨오픈에서 블라드미르 볼치코프(벨로루시)와 짝을 이뤄마찬가지로 첫 복식 정상에 오르는 등 한국테니스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인 US오픈 이전까지 8개 대회 연속 첫판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세계랭킹 50위 이내 진입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등 초반 상승세를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가 이룬 쾌거는 테니스계에서는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주원홍 삼성증권 감독은 "대진운이 따르지 않고 고비에서 무너져 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게 안타깝지만 기량도 무르익었고 정신력도 강한 만큼 내년 시즌이기대된다"고 말했다. 올 34만9천50달러의 상금을 챙긴 이형택은 앞으로 2-3년 정도 투어에서 더 뛸수 있다고 보고 연말 체력훈련에 집중할 생각이다. 이형택은 다음달 중순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개월간 라이너 슈틀러(독일)등과 함께 정밀 검사를 통한 영양 보충, 웨이트트레이닝, 러닝 등의 프로그램으로이어지는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할 계획이다. 한국테니스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조윤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ASB뱅크클래식에서 준우승, 순탄한 출발을 했던 조윤정은 크로거세인트주드대회에서는 4강에 올랐고 호주오픈과 윔블던에서는 2회전에올랐다. 또 7월에는 뱅크오브더웨스트클래식 복식 준우승의 개가를 올리더니 같은달 WTA랭킹에서 45위를 마크, 지난 83년 1월 이덕희가 세웠던 종전 국내 최고기록(47위)을갈아치웠다. 조윤정은 지난 9월 말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해 체력 부족을 야기했던 턱 교정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회복단계에 있다는 게 주 감독의 설명이다. 주 감독은 "회복 결과가 관건"이라며 "따뜻한 날씨가 회복에 도움이 되는 만큼전미라 등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 템파에서 전지훈련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