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전직 대통령 도서관인 `김대중도서관'이 내달 3일 개관된다. 지난 1월 아태재단 이사회가 동교동 아태재단 건물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소장한 1만6천여종의 장서와 각종 사료를 연세대에 기증한 뒤 2월25일 연세대측이 `김대중 도서관' 설립을 확정했고 근 7개월에 걸친 내부 공사와 각종 자료의 DB작업이 최근 완료되면서 개관을 눈앞에 두게 된 것. 미국의 경우 지난 1940년 루스벨트 대통령 도서관을 시초로 1952년 후버 대통령이후부터 '퇴임후 기념 도서관 설립'이 전통처럼 확립돼 있어 현재 카터, 부시, 레이건, 케네디 대통령 등 10명의 전직 대통령 도서관이 건립돼 있고, 클린턴 대통령도서관은 설립 준비 단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이 현재 재정.장소 등의 문제로 난관에 부딪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전직 대통령들이 재임중 각종 비리혐의 등으로 사법처리되거나, 국정 잘못으로 비판받아왔다는 점에서 김대중 도서관건립은 전직 대통령 평가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측은 김 전 대통령의 재임중 일관된 햇볕정책 추진과 역사적 6.15 남북정상회담을 기리기 위해 향후 김대중 도서관을 단순한 자료 열람과 전시 기능에서 탈피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연구하는 국제적 종합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밝혔다. 이를 위해 연세대 통일연구원이 주체가 돼 다수의 석좌교수와 객원교수를 두고각종 통일학 연구프로그램을 진행시켜 나가기로 했으며, 내년 3월부터는 평화.통일전문가를 양성하는 정식 대학원 과정인 `통일학 협동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조속한 시일내에 박사 과정을 신설하여 통일학 연구의 전문 학자들을 육성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교수진에는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고, 대학원 1기생으로 이 훈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이 등록을 할 것이라고 한다. 도서관 운영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대통령 도서관법에 근거해 연방정부나 주 정부의 재정과 인력지원을 받고 있지만 김대중 도서관은 아직 재정 지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라며 "앞으로 활동 계획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기금모금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 5층 지하 1층의 연세대 도서관 5층에는 김 전 대통령의 집무실도 마련돼있어 김 전 대통령이 매일 이곳으로 출근해 집필과 연구활동을 하면서 사람들도 만날 예정이다. 김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퇴임후 지난 8개월 동안 한번도 외부에서 식사한번해 본적이 없이 스스로 칩거생활을 해온 김 전 대통령이 칩거에서 해방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국내외 유력 출판사들의 자서전 출간 요청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재신임 정국, 총선 등을 앞둔 상황에서 김 전대통령이 정치적 행보를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으나 김 전 대통령측은 "연구.집필활동을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일 뿐 다른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도서관측은 김 전 대통령이 연설을 할 3일 개관식에 국내 외교사절과 김대중 정부 시절 고위 관료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했지만 현역 정치인들은 초청 대상에서배제했다. 김한정 비서관은 "지하1층 강의실이 150석에 불과해 외교사절과 전직 관료들만으로도 이미 만원"이라면서 "되도록 조용히 행사를 치르고자 하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