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이슬람교 여성들의 머리 수건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파리 근교 고교가 지난 10일 머리 수건을 쓰고 등교한 이슬람 여학생 2명을 퇴학시킨 뒤 이슬람 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데 이어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머리수건을 착용하는 이슬람 여성들에 대한 제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리 근교 앙리-왈롱 고교는 이슬람식 머리 수건을 착용한 레비(16)와 알마(18)자매를 퇴학시켰다. 레비와 알마는 자신들이 머리 수건을 쓴 것은 이슬람교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복장을 정숙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파리 시는 14일 사회복지 보조원으로 활동중인 직원이 이슬람교 머리 수건을 쓰고 근무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할 방침임을 밝혔다. 또 동부 탕 소재 샤를-왈슈 중학교가 이슬람교 여학생 1명이 머리 수건을 썼다는 이유로 13일과 14일 이 학생의 등교를 막자 이 여학생의 아버지가 경찰에 학교를고발했다. 이슬람 여성 머리 수건 착용에 대한 제제가 잇따르자 이슬람교 사회는 이번 사태가 이슬람 혐오증의 표출이자 종교차별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슬람교 관련 단체들은 "머리 수건 착용은 이슬람교의 가르침이며 머리 수건착용 금지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는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허용하라는 지난 89년 참사원의 결정을 준수할 것을 프랑스 당국에 촉구했다. 프랑스의 관련법은 학교나 기타 공공기관에서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종교 상징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할 실정이다. 최고 행정재판소에 해당하는 참사원은 지난 89년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이유로퇴학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 않는 상징물의 착용을 허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슬람교 여성 머리 수건 착용이 문제가 될 때마다 이것이 명백한 종교적 상징물이냐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머리 수건을 착용한 학생들에 대한 제재도 학교 마다 달라 혼란을 빚어왔다. 해묵은 머리 수건 논쟁은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올 상반기에 국가 기강확립 및 법 준수 차원에서 머리 수건을 착용한 이슬람 여성들의 사진을 신분증에 부착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데서 본격적으로 다시 불붙었다. 이슬람 인구가 500여만명으로 서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프랑스는 9.11사태,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을 거치면서 인종 및 종교 긴장이 사회 표면으로 부상하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특히 프랑스는 학교에서 종교 갈등이 심화되고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