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과 다른 새로운 점은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에 견해 차이 양상을 띤 점이다. 재경부는 경기 침체에 따라 기업 투자의 촉진이 필요한 시점에 이 제도가 장애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상호 출자에 따라 오너의 실소유 지분과 의결권 사이에 괴리가 발생해 무리한 투자 등 소위 대리인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와는 달리 다른 한편에서는 또 하나의 쟁점인 집단소송제가 찬반 논란 속에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기업과의 역차별성,경쟁제한성,자의적 규제라는 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기에 폐지됐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2백%라는 부채비율을 부채 상환보다는 출자라는 수단에 의해 맞춘다는 지적에 따라 다시 부활됐다. 이질적인 사업들을 영위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일률적으로 2백%라는 부채비율을 강요한 것도 황당한 일이지만,부채를 갚지 않고 증자로 비율을 맞추었다고 해서 이 제한을 다시 부활한 것은 너무한 것 같다. 특히 이 시기 기업들의 투자행위를 조사한 후 신규 실물투자가 적다는 점을 들어 출자총액제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안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는데 이는 당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바빠 실물투자 할 여유가 없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첨단 분야 투자에 대해서는 출자 제한의 예외로 한다는 점을 들어 좋은 투자는 허용하고 있다고 하지만,그런 식으로 예외가 많아 투자제한 효과가 없다면 '왜 이런 제도를 유지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에 대한 결정을 정부가 승인하겠다는 발상이다. 첨단 등 신산업 분야의 투자만 예외로 하겠다는 것은 구산업 분야에도 투자를 해서 고부가가치화 및 경쟁력을 높여야 공동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오너의 실소유 지분과 계열사 지분을 합친 의결권의 차이는 오너가 지분이 많은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행세를 한다는 오너의 대리인비용을 낳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영·미의 학문적 입장은 한국과 같은 추격국 경제에서 공동출자가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신규사업 분야 진출을 위한 유효한 자본조달,위험 분산,유치산업 보호 수단이라는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한국이 소득 2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이어서 이런 새사업 분야 진출과 추격이 필요 없다면 모를까,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제도의 실과 득에 대한 균형적 고려가 필요하다. 개방된 세계화 환경일수록 상호출자의 이런 추격 도구로서의 이점은 더욱 중요하다. 최근 자료에 의한 실증연구도 브랜드,기술,경영자원 등 계열사 간의 자원공유 효과가 수익성에 긍정적 효과를 냄을 밝히고 있다. 미국에는 출자제한과 같은 제도는 없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순환출자를 하지 않는 것은 별도법인을 설립해 소수 지분을 인정할 경우,이들의 주주 집단소송 때문에 사업하기가 힘들어서이다. 고로 사내사업부로 하거나 1백% 지분 방식으로 한다. 한국에서 상호출자가 많은 것은 이런 집단소송제도가 없고 오너-경영자가 누리는 사적 이득(대출 상속 판공비) 등이 존재하기에 이를 누리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원인적 처방은 이러한 사적 이득을 줄여 나가는 법적 제도적 개혁과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이다. 그러면 과도한 상호출자를 할 이유 자체가 줄어든다. 출자제한을 풀면 방만한 투자가 또 온다는 걱정은 이제 '대마불사'가 아닌 '대마즉사'의 환경에서 기우이다. 투자행위,이사회 등 기업 내부의 문제는 기업에 맡기되,단 그 결과가 투자자나 외부에 미치는 영향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것이 원칙이다. 경제학 문헌은 효율적 지배구조의 조건은 주인의 존재와 소액주주 보호라고 하고 있다. 정부는 어차피 사라질 출자제한을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생색내면서 폐지하고 대신 집단소송제를 제대로,대·소기업 차별 없는 방식으로 도입해야 한다. kennet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