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아 < 하이에치알 대표이사 hihrceo@hr.co.kr > 가을이다. 푸르고 맑은 하늘이 불쑥 눈앞에 펼쳐져 있고,도심 한 가운데에도 한들거리며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계절이다. 주위를 돌아보며 절로 여유와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이 때인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경영하면서 마치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신념인 양 붙잡고 있던 몇 가지 아집이 있었다. 그 중 첫째가 이른바'자세'에 관한 것이다. 예의라든가 성실성이라든가 하는 아주 작은 것이 지켜지지 않는 현장을 접하면 그가 누구이든 어떤 자리이든 가리지 않고 맹렬한 야수로 돌변한다. 기본이 잘 되어 있어야 큰 일,큰 사람이 만들어진다는 소신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그 것이 마땅하다"는 자신에 대한 합리화와 함께 사명감으로 돌변하여 번번이 호된 꾸중을 듣는 직원에게는 상처가 됐을 터이다. 또 하나 필자가 도저히 이성적이고 싶지 않는 순간이 있는데,스스로의 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다고 하거나 대충 하고 난 뒤 게다가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고 이유를 대는 경우다. 이럴 때 필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한다. 그의 태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그러므로 이런 CEO의 비이성적 태도는 또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를 주장하며,그것도 모자라 말미에 이런 비이성적인 태도가 이성으로 훈시하는 것보다 훨씬 진솔한 것임을 새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일상의 지속적 교육훈련으로 생활 속에서 개선의 방법론을 마련해야 하는 지점.변화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만드는 과정.정작 차분히 돌아보면 이런저런 합리적 대안이 나왔을 일이었다. 자신의 덕 없음을 마치 원인 제공에 따른 결과이므로 당연하다는 식의 대응,나아가 그렇게 하는 것이 조직의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하는 자기 합리화.참으로 역설적인 CEO의 변명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준비되어 있는 조직이라며 늘 변화할 것을 앞에서 주장해온 필자가 정작 자기 자신의 변화에는 인색했던 것이다. 이 가을,CEO의 변명과 소신을 빙자한 아집은 변화와 유연성 확보의 기로에서 정직하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반성할 수 있음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