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경제정책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것 같다. 첫째는 말할 것도 없이 과열된 투기를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막아야 할 과제다. 부동산투기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과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및 재건축 시장의 가격 상승과 이의 파급에 따르는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의 파괴는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지난 2년간 정부는 큰 것만 해도 일곱 차례나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고 급기야 지난 9월 5일에는 '재건축시장 안정 대책'이란 이름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특단의 대책까지 내놓고 있다. 둘째는 소위 '부동산 버블'의 붕괴 가능성과 이로부터 초래될 우리 경제 전반에 올 가공할 영향에 대처해야 할 과제다. 금융통계는 2001년 2분기부터 가계부문이 금융자금의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최근 몇 년간의 아파트와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상승은 가계부문의 과도한 투기뿐 아니라 이 투기를 유발하는 왜곡된 금융자금의 흐름,즉 저(低)금리 기조에 영향받은 가계의 자산운용 방식과 예금은행의 무차별적인 부동산 담보대출의 확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 결과 부동산 담보대출과 관련한 가계의 금리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부동산 버블'의 실체다. 그래서 한 민간 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도 일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 버블의 붕괴 가능성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것이 붕괴하면 기업부문에서 시작된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보다 더 큰 영향을 우리경제에 미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간 계속된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가려 아직 이 부동산 버블의 실체는 잘 인식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과제가 상호 모순적이라는 점이다. 버블이 붕괴되지 않고 가계가 파산위험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가계의 금리 손실을 상쇄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것은 역설적으로 지속적인 부동산 투기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일시적으로 부동산 버블의 붕괴 시기는 미뤄질지 모르지만 국민 주거생활안정의 심각한 파괴와 자원배분의 왜곡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런 부동산투기, 그리고 왜곡된 금융흐름의 주범(主犯)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라고 본다. IMF사태 이후 잘못된 거시경제 운영으로 98년도에 -6.7%라는 과도한 경제 침체(overkill)에 당황한 당시 김대중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절대로 쓰지 말아야 할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투기억제 제도를 대부분 무력화시키면서까지 부동산 경기를 자극하는 조치부터 시작했다. 그 결과는 그냥 두어도 회복될 수밖에 없었던 99년,2000년의 거시경제 모습을 각각 10.9%, 9.3%로 끌어올렸지만 IT버블, 가계의 신용카드 버블과 더불어 부동산 버블을 우리경제에 안겨 준 것이다. 2001년에 또 다시 경기가 가라앉자 그 해 하반기에는 '제한적 경기조절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일련의 경기부양책을 쓴다. 앞서 언급한 왜곡된 금융흐름과 결부된 가계의 부동산 투기 버블이 본격적으로 생기고 금융지표상으로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바로 이 때부터다. 현 정부도 집권 이후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자 이의 구조적 원인에 주목하기보다 손쉬운 경기부양책으로 단기 대응에 급급하고 있다. 경기전망이 계속 낮아지던 터에 태풍 등 자연재해까지 겹쳐 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니 대통령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정부는 또 다른 경기부양책을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경기부양책이 필연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유발하는 것은 과거 30년의 경제 운용 경험이 말하고 있고 이론적으로도 그렇다. 부동산투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정책을 계속 쓰면서 한편으로 또 다른 투기 억제책을 계속 내놓는 모순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투기와 관련하여 정부가 당면하게 될지 모르는 진퇴양난의 처지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sjlee@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