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소속 금융ㆍ보험회사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 문제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재계 등 3자간 공방이 '2라운드'로 넘어가고 있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기 계열사 지분은 대부분 고객자산으로 산 것이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규정을 둬서 경영권 보호 등을 하도록 한 조항(2002년 1월부터 시행)을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삭제할 것인지가 공방의 내용이다. ◆ 주총 의사록 등 '실사' 공정위는 의결권 행사실태를 먼저 조사해 봐야 규제 강화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며 지난 4일부터 열흘간 1차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조사 대상인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85개 금융ㆍ보험사중 31개 업체가 의결권 행사가 허용된 지난해 1월 이후 1년반 동안 73개 자기 계열사 주총에 참석, 총 1백93회에 걸쳐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가 되는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관한 의결권 행사 횟수는 70회(36%)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예외조항에 따른 의결권 행사건수 자체는 적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금융사가 어떤 안건에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했는지를 봐야 예외조항의 실효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관련 금융회사의 의사록을 비롯한 주총 자료를 제출받아 내달 3일까지 추가 분석할 계획이다. ◆ "예외조항은 유사시 대비 위한 것" 연초부터 진행돼 온 논쟁에서 공정위는 1라운드 '판정승'을 한 것으로 자임하고 있다. 재계와 함께 "금융ㆍ보험사들이 현재 수준에서 계열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공정위와 맞섰던 재경부가 최근 임원 임면 등 일부 예외조항은 줄일 수도 있다는 쪽으로 물러선데 대해 고무된 모습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최근 기업 불공정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금융계좌추적권을 5년 연장키로 하는 등 기업들을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는데 대한 경제계 전반의 불만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법 개정 후 1년여밖에 안된 예외조항을 충분한 검증기간도 거치지 않고 없애겠다는 것은 행정권력의 횡포"라며 "주총 자료까지 조사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예외조항을 없애겠다는데, 유사시에 대비해 이들 조항을 도입키로 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재계 반발에다가 재경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내에서도 '공정위의 독주'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고 있어 관련 법(공정거래법 11조) 개정이 공정위 의도대로 이뤄질지 여부는 내년 이후에나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