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 파문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개혁' 목소리를 냈던 판사들은 다소간 입장차는 있지만 여전히 사법개혁의 근본문제 해결이 과제로 남게 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소장판사 159명의 연판장 작성을 주도했던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 판사는 19일 "사법개혁의 열망이 대법원에 충분히 전달돼 공감대가 확산되고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본다"면서 "추후 집단행동은 없을 것이고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의 이런 입장은 사실상 소장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소장판사들이 전날 전국 법관회의에서 사법 관료화 등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충분히의견이 전달됐다고 파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판사는 "문제는 이제까지 상황을 정리하고 사법개혁을 어떻게 이룰지대법원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은 물론, 사법개혁을 원하는이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던 서울지법 박시환 부장판사는 전날 회의에 대해"대법원이 법관들의 의견을 모으겠다는 진실한 의지가 있었는지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며 "대법원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개혁의 구체적인 방안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부장판사는 사표를 반려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 "이미 던진 사표를 철회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사표제출로 저의 문제는 일단락됐다"며 사표 철회 불가입장을 피력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번 사태의 결론이 여전히 불만스럽기도 하고 문제를 제기하는대가로 법관직을 던진 사람이 대법원의 의견 수렴이라는 결과물을 얻은 뒤 법관직을되찾아오는 것은 염치없는 행동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조건부 사의를 표명하며 법원 내부 통신망에 사법개혁에 관한 글을 게시한서울지법 문흥수 부장판사는 "대법관 인사는 빙산의 일각일 뿐 사법개혁이라는 빙산자체를 계속 문제삼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직하기보다 법원에 남아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문 부장판사는 일단 대법원장의 이번 인사와 관련한 입장과 청와대의 논평을 보고 향후 거취 문제를 최종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런 문제 때문에 법관이 옷을 벗기보다는 법원에남아 계속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하는게 바람직하다"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되겠지만 사의를 표명한 판사들을 설득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