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의 사퇴와 소장판사들의 연명서 파동을 불러온 신임 대법관 인선과 관련,대법원장의 제청 문제 재고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전국 판사 1백40여명의 연판장이 14일 오후 대법원에 제출됐다. 대법원은 그러나 대법관 제청권이 대법원장 고유의 권한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선 판사들의 집단 사표 등 사법파동으로 비화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특히 일부 중견 부장판사들과 일반 법원 직원들은 이번 인선 파문과 관련,기수별 또는 관할 법원별로 내주까지 집단 행동 여부 등 자체 입장을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 판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일단 의견서를 제출한 뒤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며 "대법원장이 일선 법관들의 바람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공무원 신분으로서 집단행동은 적절치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법관 추천과 관련한 대법원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일단 의견서가 도착하면 이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법원내 일부 부장판사들과 일반 직원들로 구성된 직장협의회도 이번 사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입장 정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파문이 법원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 16개 법원의 직장협의회로 구성된 전국법원공무원노조 준비위원회 관계자도 "대법관 후보 추천방식과 자문위 구성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공식 의견표명을 할지는 내부적 이견도 있어 일단 대법관 제청까지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해 입장표명이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파문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이 모두 '우리법 연구회'라는 학회 회원들이어서 새삼 이 학회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자문위원회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온 강금실 법무장관이 우리법 연구회 창립회원인데다 사표를 던진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나 연판장 작성을 주도한 이용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도 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법 연구회는 지난 88년 국내법이 대부분 독일과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라 우리 실정에 맞는 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창립됐다. 이 학회가 세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서울민사지법 단독판사들이 사법부의 과거 반성과 사법민주화를 위한 법관회의 설치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낸 제3차 사법파동이 이 학회 주도로 이뤄진 이후부터다. 현재 이 학회는 1백여명의 법관과 20여명의 변호사를 회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달 한 차례씩 정기 세미나를 열고 1년에 두 번 확대모임을 갖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