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님,도저히 믿기지 않은 비보에 황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데 오늘 회장님의 영전 앞에 다시 서니 가슴이 미어질 뿐입니다. 이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어찌 다 추스를 수 있겠습니까? 정몽헌 회장님,회장님은 우리나라 경제가 한창 도약기를 맞이하던 70년대 중반부터 현대그룹의 산업현장과 경영일선에서 사려 깊고 멀리 앞을 내다 볼 줄 아는 경영인으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인으로서 역사적인 사명감을 갖고 금강산 육로 개통과 개성공단 개발을 위해 동분서주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제 다시는 뵐 수 없게 되었다니 이 참담한 심경을 어떻게 달래야 합니까. 돌이켜 보면 남북교류와 협력의 여정에 회장님의 손길,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개성공단은 앞으로 남북한 경제협력과 민족통일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정몽헌 회장님,회장님이 이루어 놓으신 일들은 우리 민족의 앞날을 위한다는 신념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버거운 짐을 혼자 감당하며 여기까지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하실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왜 이렇게 홀연히 떠나셔야 했습니까? 기업인으로서 이제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때에 이렇게 꼭 떠나셔야 하셨습니까? 이제 누가 회장님의 빈자리를 대신 한단 말입니까? 같은 기업인의 길을 걷고 있는 저로서도 회장님이 겪은 그간의 외로움과 통한을 다 짐작할 수는 없습니다. 회장님이 생전에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서 진력하시다 못 다 하신 일은 이제 남아있는 우리 기업인 모두의 몫입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회장님의 뜻과 같이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회장님이 생전에 그렇게 염원하시던 남북한 경제교류를 통한 평화정착과 궁극적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회장님께서 일찍이 앞날을 보고 뿌려 둔 씨앗은 반드시 민족의 통일과 후세의 번영을 위한 큰 버팀목으로 자라나야 합니다. 정몽헌 회장님,이승에서의 모든 고뇌와 슬픔을 이제 내려놓으시고 영면에 드시기를 삼가 바라옵니다.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2003년 8월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