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어떤 종류의 회복을 하고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 상황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아직은 90년대말 형성된 거품이 해소되지 못했다며 신중론을 펴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7일 "9백만명이라는 엄청난 실업자가 존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진짜인지 아니면 신기루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고용 없는 경제성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경기 회복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점쳤다. ◆낙관론=전형적 경기 팽창기 금융·소매·건설경기를 말해주는 7월의 미 공급자관리협회(ISM) 서비스업지수가 지난 97년 10월 이후 6년 만에 최고치(65.1)로 치솟았다. 이 지수가 기준치(50)를 넘어서면 경기 확장국면을 의미하는데,최근 4개월 연속 50을 넘었다. 7월의 ISM 제조업지수 역시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를 상회,지표상으로는 뚜렷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 2분기 2.4% 성장을 한 미 경제가 하반기에는 4%대 달성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세금감면 조치로 소비심리가 회생되면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게 되고,자연히 경기회복의 최대 걸림돌인 실업문제도 해결될 것이란 논리다. 켄 골드슈타인 컨퍼런스보드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스캔들이나 전쟁 등과 같은 돌발 사태만 발생하지 않으면 수개월 내 노동시장으로부터 좋은 뉴스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중론=여전히 조정단계 미국 경제는 아직도 '조정'이 필요하다. 90년대 말 이뤄진 기업들의 과도한 설비투자와 증시 거품이 사라지고 난 이후라야 '진정한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다. 특히 저축률(3.3%)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가계 부채가 여전히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는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가계부채 때문에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데,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의 잰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빚이 많은 미국 가계들은 소비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향후 12개월간은 경제가 나아지는듯 보일지 몰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그동안 미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주택시장 마저 급랭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엄청난 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돼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다. 레이시 헌트 전 FRB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급등하면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소비지출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