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푸조 자동차가 '파트너십 경영전략'을 앞세워 세계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대다수 자동차 메이커들이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경쟁사와 사안별로 협력관계를 구축,'경쟁을 피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푸조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 98년 10위에서 지난해 6위로 껑충 뛰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과감히 포기하는대신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한 결과라는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실제로 푸조는 지난 5년간 매출이 62% 급증(2002년 6백12억8천만달러)하고,판매 대수도 55%(2002년 3백27만대) 늘었다. ◆공동 기술개발로 비용 절감=푸조의 장 마르탱 폴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7년 취임 후 경쟁사 CEO들을 만나는 일을 가장 중시해 왔다. 그는 "합병을 하면 조직 통합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다른 자동차 회사와 공동으로 부품을 생산하거나 신기술을 개발한 뒤 수익을 나누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 첫 사례는 환경오염이 적은 디젤엔진 개발이다. 90년대 말 새 디젤엔진을 만드는 데 10억달러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폴츠는 당시 포드자동차의 자크 나세르 CEO와 만나 '공동개발'이란 합의를 이끌어 냈다. 각각의 회사가 소형(푸조) 및 대형(포드) 디젤엔진을 개발한 뒤 수익을 절반씩 배분했다. 소형 가솔린엔진 분야에서는 독일 BMW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폴츠 CEO는 "앞으로도 다른 기업들의 주력 차종인 고급 승용차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생산할 생각은 없다"며 "소형차 위주로 틈새시장을 파고 들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파트너십 확대=아시아에서도 푸조의 파트너십은 강화되고 있다. 개발비 대비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2인승 미니카 시장이 대표적 분야다. 푸조는 2000년부터 일본 도요타와 제휴관계를 체결,미니카 공동제작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체코의 쓸모 없는 군사 비행장에 도요타와 공동 생산라인을 건설,연 30만대의 미니카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3위 둥펑자동차와 함께 만든 합작법인에 1억2천만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중국 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연간 생산량도 지금보다 두 배로 늘어난 30만대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M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합병으로 대형화된 자동차 회사들보다 푸조가 수익성에서 훨씬 앞선다"며 "합병만이 반드시 경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