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전문가들은 4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망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내놓았다. ▲대외정책연구원 조명철 연구원 = 현대아산에 의한 대북 경협이 오너인 정몽헌 회장에 의한 뚝심으로 추진돼 왔다. 이제 그런 뚝심을 가진 사람이 없어져 향후 남북경협 사업이 어려움을 많이 겪을 것이다. 현대가 여러 어려움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북측이 현대와의 친분관계로 인해 일정부분 현대에 특혜를 줬기 때문에 가능했으나 이제 이것마저 없어지게 돼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또 한국사회의 보수화가 자살을 몰고 왔다고 북측에서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여 이런 측면에서도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 대검의 대북송금 관련 수사에 의한 스트레스, 대북 사업 차질에 따른 경영난 등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특히 전자가 정 회장 자살의 주요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측에서 현대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북측과의 경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고 전체적인 대북 사업이 추진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검찰이 무리한 압박수사를 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것이며 한편으론 대북 경협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수 있는 등 이런 분위기들로 남북관계 진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신지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북 경협을 현대 주도에서 정부 주도 사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현대와의 의리를 중시하는 북측의 성격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입장을 지녀왔다. 정 회장이 일본 기업의 대북투자 유치를 위해 2000년 한해의 3분의 1을 일본에서 보냈을 정도로 현대아산이 재정난을 겪어왔고 최근 정 회장으로서는 자체적으로 대북 사업을 계속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거의 보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번 사건은 현대가 대북 경협에서 빠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측에서 조문단을 보내는 등 성의를 보이겠지만 북측도 실리를 취할 것이기 때문에 정 회장이 없더라도 정부 주도 대북 사업의 청사진을 북측에 제시하면 남북 경협 추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정 회장의 사망 원인은 남북경협 사업이 가져다준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다. 정 회장의 사망은 법과 제도가 다른남북간의 경제협력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과 향후 남북경협이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남북경협에 아무래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정 회장이 남북경협을 계속할 것을 유언으로 당부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 토대도 마련된 만큼, 오히려 정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남북경협이 더 촉진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정 회장이 남북경협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만큼 조문단도 보내고 애도를 표시하는 한편 그 책임을 대북송금 특검조사와 결부시켜 남측 당국이나 야당측에 돌릴 가능성이 많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남북경협은 현대가 명운을 걸었던 사업이다. 그런데 대북송금 특검법으로 범죄자로 기소되고 대규모 남북경협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현대아산이 어려워지고 결국 그 중압감으로 자살을 택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북한도 정 회장이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협을 끝까지 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미안함을 갖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조문단도 파견하는 등 애도를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적 자살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이번 기회로 남북경협에 대해 돌이켜 봐야 한다. 남북경협을 정치쟁점화하다보니 항상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고 그 과정에 피해를 보고 당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이성섭 기자 chsy@yna.co.kr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