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4일 오전 5시50분께 현대 계동 사옥에서 투신자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유서 등이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자살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이 최근 특검의 대북송금 수사에 이은 재판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불거진 150억원 비자금 의혹에 대해 출국금지 상태에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던 점, 최근 사업이 그리 쉽사리 호전될 전망이 보이지 않았다는점에서 자살 동기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정 회장은 부친인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업 중 특히 고인이생애 말기에 온 힘을 쏟은 대북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부친 사망 이후 잇단 정치적.법적 공방에 휘말리면서 힘들게 사업을 이끌어왔다. 특히 현대아산의 주력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이 한나라당 등으로부터 '대북 현금 송금'이라며 공격을 받게 되고 특구 지정.육로 관광 등에서 북측과어려운 협상 등을 겪으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김대중(金大中) 정부 말기 불거진 현대측의 5억불 대북 송금과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대북송금특검의 수사가 시작된 뒤로는 부친으로부터 이어받은 사업 자체가 의혹의 눈길을 받는 상황에 휩싸이게 됐다. 특검이 대북송금 5억불 중 1억불이 정상회담 대가성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현대측이 전 정권 실세로 불린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에게 150억원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출국금지를 당한 상태에서 지난 1일 3차 공판까지 수차례 재판에 출석해야했다. 이 재판은 오는 18일 4차 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정 회장은 이 재판에서 대북 송금과 관련, "북측이 통신 사업권 주기를 꺼리는상황에서 정부 지급분 1억불을 떠안더라도 통신사업권을 딸 수 있으면 이득이라고생각했다"며 "북측도 4억5천만불을 모두 현대의 사업 대가로 인정했다는 뜻"이라고주장했다. 김영완씨 스캔들도 마찬가지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김씨가 현대측이 박 전 장관에게 준 돈을 세탁한 것으로 지목됐기 때문. 특히 2000년 3-4월 진행된 정상회담예비접촉 당시 박 전 장관과 정 회장, 김영완씨가 동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 회장은 지난 1일 재판에서 "김씨를 알고 있긴 하나 회담장에서 김씨를 보거나 회담장에오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며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150억원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최근 대검 중수부가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정 회장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타계 이후 힘든 상황에서도금강산 관광 사업을 이끌어오다 하필 지금 자살을 결심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달 23일 검찰의 출국 금지 일시 해제 허가를 받아 방북, 같은 달 25일까지 금강산에서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리종혁 부위원장 등과 육로 관광 재개 문제 등에 대해 협의했으며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달 25일 동해선 육로를 통해 귀환하면서 "9월1일 (육로) 관광이시작되면 매일 출발하는 것을 북측에 제안했고 북측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답변을 했다"고 설명했었다. 정 회장의 자살 동기 등은 이후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