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 중인 울산권 광역상수도(대곡댐) 사업 수몰예정지인 울산 울주군 두동면 하삼정리 일대에서 2세기 중반 이후 7세기 초엽에 이르는 시기에 조성된 신라고분 800기 가량이 발굴됐다. 이들 고분군은 발굴 직전까지 마을 지하에 잠자고 있었던 바람에 대부분이 봉분만 상실된 채 관(棺).곽(槨)을 비롯한 유적과 부장 유물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어 초.중기 신라사 해명을 위한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조사단은 대곡천을 내려다 보는 하삼정리 구릉 일대 6천 평에서 약 800기로 추정되는 고분을 확인했으며 이같은 고분 밀집도는 신라가 태동한한복판인 경주지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수치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된 고분은 5-6세기대 석곽묘 280여 기, 4-5세기대 적석목곽묘 2기, 3세기대 목곽묘 20기 등이다. 이들 고분 중에서도 3세기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목곽묘와, 적석목곽묘가 확인된 점은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책임조사원 김수남씨는 "적석목곽묘의 경우 구조라든가 출토 유물이 경주지역의그것과 일맥 상통하고 있으며, 대형 목곽묘는 이 지역에 강력한 정치집단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가' 지구 5호 목곽묘의 경우, 목곽 크기만 길이 4.75m, 폭 1.1m에 달하는 대형으로 이곳에서는 오리모양 토기를 비롯해 신선로모양 토기, 亞 자형 대부장경호(받침이 있는 긴목항아리)를 비롯한 유물이 다량 나왔다. 오리모양 토기는 이제까지 출토된 이런 류의 토기 중 최대 크기로 판명됐다. 이 목곽묘에서는 또 길이 97㎝인 환두대도(둥근고리를 단 큰 쇠칼)와 쇠도끼,꺾쇠가 확인됐으며, 장식 철모와 곡옥(굽은옥)도 수습됐다. '가' 지구 3호 목곽묘에서는 처음 보는 원통 모양 토기가 출토됐다. 이 토기는몸통 상하에 지름 3㎝ 가량 되는 둥근 구멍 2개를 뚫고 있으며 삼각무늬를 넣었다. 2기의 적석목곽묘는 시신을 안치한 곽(槨)의 동쪽과 서쪽 양 끝에다가 별도의부장 유물 공간을 마련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동쪽 부장 공간에서는 굽다리 접시와 덮개 등의 소형 토기를 매납한 반면 그 반대편 서쪽 공간에는 큰항아리와 긴목항아리 등 큰 토기류와 함께 마구류가 발견됐다. 목곽 내부에서는 새 날개 모양 금동관 장식과 큰 쇠칼, 목제 허리장식 등이 출토됐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