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로 취임 1백일을 맞은 이용섭 국세청장이 1일 기자실을 찾았다. 이 청장은 자신이 임기 중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납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세청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포부때문일까.이 청장이 취임한 이후 국세청은 엄청나게 바빠졌다.'납세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세정개혁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때마침 터진 부동산 투기붐은 국세청을 더 바쁘게 만들었다. 덕분에 '서민경제의 파수꾼'이란 역할에 새롭게 무게가 실리면서,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기삿거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도정(途程)엔 만만찮은 논란도 있었다. 접대비 논쟁이 대표적이다. "접대문화 개선을 위해 골프장과 룸살롱 등에서 사용한 접대비는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이 청장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명분있는 아이디어였지만 경기침체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사실 법에도 '업무와 관련없는 접대비'는 손비로 인정하지 않게 돼 있다. 그동안 국세청은 관례적으로 한도내의 접대비는 그 용도를 검증하지 않음으로써 법을 어겨온 셈이다. 따라서 이 일을 하고 싶다면 법대로 조용히 하면 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청장은 왜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 청장은 "내가 지금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의 '개혁 드라이브'가 순수한 소명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런 '소명감'을 그의 손과 발인 국세청 직원들에게도 충분히 소화시키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이 청장이 추진하는 국세청 개혁의 핵심은 '권력기관'에서 '서비스기관'으로 탈바꿈하자는 것이다. 일반 직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개혁'에 동참케 할 비전이 마련되지 않는 한 "청장이 높은 곳만 향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달래기 어려울 것 같다. 인수위 시절 정권의 한 핵심인사는 "국세청장은 조직장악력이 우선 과제이므로 내부발탁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만만치 않은 조직이다. 이 청장이 순수한 의지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내부직원들의 마음을 추스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김용준 경제부 정책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