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8일 낮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한 '희망의 4계절'이란 자선모금 행사는 적어도 이날 하루 만큼은 미국 사회의 최대 이슈중 하나로 부각됐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거물' 정치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한자리에 모은데다, 뉴욕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야구단 뉴욕양키스의 조 토레 감독, 농구선수 매직 존슨 등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뉴욕의 3대신문중 하나인 뉴욕포스트는 이날자 타블로이드판 1면 전체를 'Big Chill'이란 커다란 제목 아래 클린턴과 줄리아니가 서로 차갑게 마주보는 모습의 사진으로 편집했다. 두 '앙숙'이 한 모임에 참석하기는 거의 이례적인 일로 바로 그 행사가 삼성전자의 자선행사라고 소개했다. 자선행사라는 성격상 두 사람 모두 무료로 참석해 연설했다. 전직 대통령인 클린턴의 경우 한번 초청해서 연설을 들으려면 통상 10만달러를 주는게 관례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참석'이 갖는 의미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런 거물들이 왜 무료로 '외국기업'의 행사에 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삼성전자를 외국회사가 아닌 미국회사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공간적인 측면이 아니라, '돈을 벌어 사회에 환원한다'는 미국인들이 제일 원하는 기업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한 관계자는 "일본기업을 포함한 아시아기업들은 그 동안 미국에서 돈을 버는데만 집착했지 미국 사회를 위해 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자선행사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미국 주류사회의 일원이 됐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자선을 많이 하는 회사는 매출도 늘어난다. 삼성도 베스트바이 시어스 등 주요 판매업체들과 함께 삼성제품을 사면 수익금 일부를 자원단체에 지원한다는 공동마케팅을 펼친 이후 매출이 4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자선행사를 통해 소비자와 유통 파트너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미국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훌륭한 기업시민(Good Corporate Citizen)이 되고자 한다(오동진 삼성전자 미주법인 부사장)"는 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