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이어 SK그룹이 18일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키로 함에 따라 국내 재벌그룹 구조본의 '도미노식' 해체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는 새 정부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각 재벌그룹에 지속적으로 구조본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LG나 SK의 경우처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구조본 체제를 정리하거나 어떤 식이든 소유구조를 개편할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겠느냐는 전망 때문이다. LG의 경우 무엇보다 지난 3월 지주회사가 성공적으로 출범한 만큼 더 이상 구조본이 존속할 이유가 없었고 구조본 해체로 일단 외형상 계열사의 독립 경영체제와 경영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SK는 최태원 회장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사실상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구조본을 해체하고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함으로써 과거의 '황제식 경영'을 탈피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K는 당초 SK㈜를 중심으로 한 사업지주회사 체제를 염두에 뒀으나 계열사 지분확보에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브랜드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느슨한 네트워크'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의 구조본 해체에는 물론 다분히 참여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의 만찬 기조발언에서 재벌 소유구조의 구체적 개선방안에 대해 ▲지주회사체제 ▲브랜드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정도의 느슨한 연계 체제 ▲독립기업 분리나 전문업종별 소그룹 분화 등의 방안을 제시한 것도 정부의 구조본 해체 요구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삼성, 한화 등 다른 그룹들의 경우 구조본 해체는 시기상조라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은 계열사간 중복투자 방지를 통한 투자효율성 확보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구조본 체제의 유지가 당분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개별기업의 기구나 조직은 기업사정에 맞게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당분간 구조본 체제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화 역시 당분간 구조본을 폐지하지 않고 순기능적 요소를 중심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사회적 요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상시구조조정, 중복투자조정, 환경안전, 윤리경영, 사회공헌활동, 준법회계관리 등 순기능을 중심으로 구조본을 운영하고 있다"며 "각 계열사에는 이미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가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최근 모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그룹 구조조정본부를 없애라, 독립경영을 하라고 하는 등 그룹 존재를 인정하지 않다가도 무슨 일만 생기면 그룹쪽으로 오는 등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재벌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본 옹호론에도 불구하고 남은 그룹들 역시 구조본의 해체 내지는 체재 개편 등 존치를 둘러싼 그룹 안팎의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정부가 구조본 해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업의 특성에 따른 선택의 폭을 넓혀두고 있어 기업들의 갑작스런 변화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볼때는 구조본이 해체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 권혁창 심인성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