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17일 발표한 제16대 대선 투표율조사 결과는 유권자수가 가장 많고 개혁성향인 20,30대 젊은층이 과거 대선에 비해 투표에 많이 참여한 것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통념'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의 23.2%를 차지하는 20대와 25.1%를 점하는 30대의 투표율은 각각 56.5%와 67.4%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물론, 평균 투표율(70.8%)보다 14.3% 포인트와 3.4%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15대 대선 당시 20대 투표율이 평균 투표율(80.7%)보다 12.5%포인트 낮았던 것에 비해 20대 투표율은 사실상 더 낮아진 셈이다. 16대 대선 투표자중 각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더라도, 20대는 18.5%, 30대는 23.9%로, 15대 대선때의 22.2%와 28.3%에 비해 작아졌다. (단 15대 대선 투표율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 결과) '인터넷 동원' 등으로 20,30대가 투표장에 많이 나갔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과 배치되는 결과이다. 이에 비해 40대는 20,30대에 비해 유권자수는 다소 적지만, 실제 투표를 한 유권자중에선 598만5천809명으로, 각 연령대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투표율도 76.3%로 평균 투표율보다 5.5% 포인트 높고, 투표자중 비율도 24.1%로 가장 높으며, 특히 15대 대선과 비교할 때 20,30대는 비중이 낮아졌지만 40대는 거꾸로 20.9%였던 것이 24.1%로 높아져 16대 대선에선 40대가 가장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투표자중 각 연령대별 비중에서 특기할 것은 20, 30대는 15대에 비해 낮아졌는데 40,50대와 60대 이상은 높아진 점이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단순 숫자로 보면, 보수성향 때문에 이회창(李會昌) 후보에 유리한 것으로 지적된 50,60대는 상대적으로 투표에 적극적이었던 데 비해 개혁성향 때문에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유리한 것으로 분류된 20,30대는 5년전보다 소극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당선된 것에 대해선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숫자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대거 투표장에 나선 40대가 노 후보에 쏠림 현상을 보인 게 아니냐는 가설이 가능하다. 40대는 대선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오락가락 빈도를 보이며, 표쏠림 현상을 보임으로써 이회창 대세론->정몽준(鄭夢準) 급부상->노무현 재기라는 대선판도 급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다. 또, 20, 30대의 투표참여도가 15대에 비해 낮거나 같은 수준이었다 하더라도 후보 선택에선 40대와 마찬가지로 15대에 비해 쏠림 현상이 있었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전문회사인 코리아 리서치센터 원성훈 차장은 "대선 당시 출구조사에서 40대의 노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타났던 점을 감안하면 20,30대에서 노 대통령 지지 결집력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20,30대 유권자를 합친 숫자가 전체적으로 가장 높으니 결국 40대는 중간자적 역할을 한 셈이며 20,30대가 노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아직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장덕현 선임연구원도 "20,30대 유권자 투표율이 낮고 40대에선 높아졌지만, 이 정도 차이로 연령대별 투표율이 대선결과를 결정지었다고 단정하기는 제한적"이라며 "이미 선거기간에도 20대의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아무래도 결집력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통상 농촌지역 투표율이 높고 도시지역 투표율은 낮은 경향과 달리지난 대선에선 서울 71.4%, 광역시 70.7%, 중소도시 70.3%, 읍 69.6%, 면 72.3%로 '면지역을 제외하곤 대도시일수록 투표율이 높게 나타난 사실도 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이밖에 영호남지역 인구에서 큰 차이가 나긴 하지만, 16개 시도중 광주가 78.1%로 가장 높았고, 전남(76.4%), 전북(74.6%) 순으로 노 후보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이상위 3위를 차지한 데 비해 부산 71.2, 대구 71.1, 울산 70, 경북 71.6, 경남 72.4%로 영남지역의 투표율이 낮은 것도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