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출장갔다가 파리 시내 한 호텔의 벽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 손바닥만큼 몰래 뜯어온 적이 있습니다." 중견 건설업체인 ㈜대원의 전영우 사장(72)은 "튼튼하면서도 품질 좋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경쟁업체의 모델하우스에서도 보고 배우는 벤치마킹이 중요하다"며 이같은 경험담을 털어놨다. 서울대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1972년부터 섬유회사인 ㈜대원을 운영하던 전 사장이 건설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어처구니없는 사기사건 때문이었다. 지난 80년대 초 매각한 부산 범일동 섬유공장 터가 매수자의 사기로 인해 법정문제로 비화되자 전 사장은 이 땅을 다시 사들였다. 그리고는 이 땅을 개발하기 위해 건설업 면허를 내고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건축부문의 매출이 섬유부문보다 두 배나 많을 정도로 주력 업종이 뒤바뀌었다. 전 사장은 20여년간 3만여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했지만 단 한 곳에서도 부실문제가 터지지 않은 것을 큰 자랑으로 삼고 있다. 주말 및 겨울철 레미콘 타설 금지 등 작지만 엄격한 규정을 철저하게 지킨 결과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전 사장의 안전경영 덕분에 ㈜대원은 외환위기 때도 직원들 급여를 꼬박꼬박 챙겨줄 수 있었다. 이처럼 안전제일주의 경영을 추구해온 전 사장이지만 최근에는 큰 맘 먹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베트남에서 대대적으로 주택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호치민시에서 국영기업인 투덕주택개발회사와 7백가구의 아파트 건립을 합작 투자키로 했다. 또 민간주택 업체인 혼카우와 8백20가구의 주택건설 협약을 맺는 등 4∼5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 사장은 "우리나라의 60~70년대처럼 지금 베트남에서는 주택사업이 가장 유망하다"고 말했다. 주택보급률 20%대에 머물고 있는 베트남이야말로 국내 건설업체들의 '엘도라도'가 될 수 있다는 게 전 사장의 설명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