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잘한다'는 소리만 듣는 틀을 깰 생각입니다. 총무원장실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밖의 소리를 경청할 겁니다. 언제든 잘못을 지적해 주세요." 개혁 성향의 종단 지도자로서 주목받고 있는 법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 지난 3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임 이후 1백일 동안 구상한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날 발표된 31개 과제 중 첫번째가 '간화선 중심의 수행승풍 진작'이다. "간화선(화두선)을 중심으로 한 종단의 수행체계를 정립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간화선 지침서를 만들어 수행을 체계화하고 간화선 이외의 다양한 수행법도 연구해 간화선과의 관계를 정립해야지요." 법장 총무원장이 '간화선'을 새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간화선이 맞고 있는 위기 때문이다. 수행자들의 공부를 점검해 줄 스승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다 남방불교의 위파사나 등 다른 수행법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칫 종단의 정체성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법장 총무원장은 또 "종단의 안정은 '참여'에서 이뤄진다"면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사가 종무행정에 원활히 소통·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종무행정에서 소외돼 온 비구니들의 참여폭을 넓히고 신자들이 참여하는 사찰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하겠다는 얘기다. "더 이상 사찰운영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지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지를 임명할 때 사찰운영위원회 구성 여부를 참고하고 사찰의 예·결산도 운영위 회의록을 첨부해야 인정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법장 총무원장은 이밖에도 전통불교문화센터 건립,불교사회복지기금 조성 및 불교종합사회복지센터 건립,종단 발전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 등의 굵직한 사업계획도 내놓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