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jpark@kgsm.kaist.ac.kr 내가 어릴 때 살던 서울 명륜동에는 도심에서 멀지 않았음에도 앵두 밭이 있었다. 옛날 시골에서 그랬듯이 앵두 밭은 동네 악동들의 주 공격 대상이었다. 나도 친구들과 함께 가끔 앵두서리에 나서곤 했는데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어서 주인 할아버지에게 잡혀 혼쭐이 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앵두서리는 주인이 "예끼,이 녀석들"이라고 가벼운 핀잔을 줄 정도의 장난쯤으로 인정되었고 그 당시의 악동들에게는 지금도 낭만적인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앵두서리'가 최근 경영학 교육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유럽의 경영대학장 회의에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피터 로린지 학장은 '경영대학교에서의 앵두서리(cherry picking)'에 대해 발표했다. 로린지 학장의 주장은 기업의 사내경영교육이 활발해지면서 여러 형태의 비정상적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중 하나가 교육프로그램을 담당할 전임교원 하나 없이 일반 경영대학의 교수들을 개인자격으로 초빙해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다. 이는 교수들에게 급여를 지불하고 시설이나 연구비를 제공하는 대학교의 입장에서는 기껏 키운 인력을 슬쩍 가로채는 일종의 '앵두서리'를 당하는 격이다. 이런 경우 초빙된 교수도 위신을 지키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한 '가방 장사'로 전락할뿐 아니라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돼 IMD에서는 교수들에게 '앵두서리'에 일절 가담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세계 일류 경영대학들은 '세컨드 잡(second job)' 형태의 교수 활동을 엄격히 규제한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인적자원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각 기업마다 사내 경영교육이 중시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글로벌 차원에서 살펴보면 여전히 비정상적인 프로그램이 많으며 심지어 '앵두서리' MBA까지도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점차 정리되어야 할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세상이 현대화되어 '앵두서리'가 이제 더 이상 낭만적인 놀이가 아니고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었듯 기업의 사내 프로그램과 교수들의 무한정한 자유도 점차 지식재산권과 윤리의 범주에 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