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총파업 역시 두산중공업이나 철도청 파업과 비슷한 해법으로 귀착되는 모습이다. '요구하면 들어주는' 일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듯한 징후가 여러 군데서 포착되고 있다. 노동계의 집단행동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고 정부는 그때마다 표면적으로는 강경대응을 천명한 다음 결국에는 노측의 주장을 거의 액면 그대로 수용하는 패턴이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정책 방향을 근본에서부터 수정하지 않으면 장차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기로에 선 노동정책 =새정부의 노동정책기조는 노대통령의 노사관에 철저히 바탕을 두고 있다. 장관들은 일사분란하게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 친노조정책을 펼쳐온게 사실이다. 이는 장관 입장에서 보면 생존논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친노조정책이 노동계의 기대심리를 크게 높이고 있고 산업현장이 연쇄적으로 분쟁터로 바뀌면서 노동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재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새정부가 노동정책 방향을 선회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정도다. 두산중공업사태와 철도노조파업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대표적인 노조편향 정책이다. 노사 자율을 강조해온 정부가 직접 분쟁에 개입해 노조에 유리한 중재안을 만들어 타결시켰었다. 또 철도파업 역시 인력충원, 해고자복직, 민영화철회, 가압류.손해배상청구 철회 등 핵심쟁점들에서 노조요구를 전면 수용, 정부 정책이 과도하게 노조편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더구나 철도청 파업은 정부가 '법대로 원칙대로'를 천명하고도 바로 노조측의 주장을 전면 용인함으로써 더욱 그런 평가를 받게 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노대통령이 6일 국무회의에서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불법 집단행동은 용납될수 없다"고 밝혔지만 포철에 대한 물류 봉쇄 하루만에 법적 당사자가 아닌 화주와 운송사업자들이 대거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선 것부터가 정부의 유.무형의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비정규직의 비정규노조'가 벌인 파업이라는 데서 두산중공업 및 철도청 파업과는 또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지입제 차주를 근로자로 볼 것인지의 문제는 비단 화물연대에만 한정되는 논쟁이 아니다. 보험 판매사원에서부터 학습지 교사들에까지 비정규직 1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유사근로자 문제가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화물연대 파업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의 결과는 분명 다른 직종의 1인 사업자, 즉 '비정규직 비정규 노조' 문제를 새로운 노사문제로 부각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미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는 민주노총 등이 여기에 가세할 경우 올 춘투는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