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w.lee@geahk.ge.com 금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각광받던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주재하던 새해경영전략회의에 13년전 처음 참석했을 때였다. 단상에서 특유의 열정적인 기조연설을 마치고 내려온 잭 회장이 어디 앉을 데가 없는지 두리번 거리다가 저만치에 있는 빈자리를 찾아 앉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런걸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GE 경영자들의 태도였다. 저녁 파티를 위해 식당에 들어갈 때도 번호표를 받으려고 4백여명의 경영자와 똑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3일 회의기간중 자주 눈에 띄곤 했다. 고정석이 없다는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와 비교할 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첫째,고정석이 없으면 불필요한 프로토콜(의례)이 요구되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고정석을 만드는 관행으로 인해 상석과 말석을 구분하고 안내해야 하는 등 절차가 자못 복잡하다. 둘째,고정석이 정해지면 유연성이 떨어진다. 누구나,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조성되기 힘들고,아이디어가 물 흐르듯 제시되기 어려워지기 일쑤다. 셋째,고정석이 없으면 '벽 없는 문화'가 형성되기 쉬워진다.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쉽게 어울려 가까워질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잭은 각국의 대통령들과 만나 열띤 토론을 하는 한편으로 운전사나 일반 직원들과도 포즈를 취하며 즐겁게 기념촬영한다. 우리는 예외,특히 '나는 예외'가 많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고정석을 없애면 '비관료적'이 된다. 우리의 경우 위계질서,격식을 너무 중시한 나머지 효율을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기업에서조차 꼭 남북협상이나 머리띠를 맨 노사간 협상테이블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때가 많아 씁쓸하다. 최근 신정부가 참여문화,토론문화를 중시하는 모습은 매우 반갑게 다가온다. 누구와도 토론을 좋아하는 잭 주변에는 항상 젊고 자신에 찬 사람들이 들끓는다. 격식에 구애되지 않고 파괴 속에서 새로움을 창출해 가는 창조적 생산성이 오늘을 있게 한 GE 문화다. 고정석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