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근로자의 날은 어수선했다. 서울시청 앞에서 '노동절 축하 문화제'가 열리고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집회를 가졌지만 생일을 맞은 축하행사라기 보다는 투쟁을 다짐하는 성격이 강해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게 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노사분규가 빈번한데다 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처우개선,노조의 경영참여 등 요구수준도 높아져 앞으로 노사문제가 더욱 첨예하게 대립될 것으로 보여 더욱 걱정이다. 노동절이 되면 유럽 동남아 등지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시위가 벌어지곤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실업대책을 요구하는가 하면 이민자들은 노동자유를 달라고 촉구한다. 노동자의 권익을 앞세운 정치색을 띤 집회도 많고 반(反)자본주의를 외치는 구호들 역시 무성하게 난무한다. 흉중에 담아놓았던 노동자들의 온갖 주장들이 이날 하루 쏟아지는 듯하다. 지금의 노동절(메이데이)은 1886년 시카고에서 30여만명의 노동자가 몰려나와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파업시위가 있었던 날이다. 이 날을 국제적인 메이데이로 정한 것은 1889년 프랑스혁명 1백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파리의 '제2 인터내셔널 창립총회'에서 였다. 이 총회는 국제사회주의 모임이어서 미국에서는 이날을 피해 9월 첫째 주 월요일을 노동절로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메이데이 행사가 열린 것은 1923년이었다. 조선노동총연맹이 주도한 이 행사의 명칭은 '노동절'이었으며 일제강점기에도 이 행사만큼은 계속됐다. 노동절은 1958년 대한노총(한국노총 전신)의 창립일인 3월 10일로 바뀌었다가,1963년에는 명칭도 이념의 색깔이 짙고 단결을 상징하는 '노동자'대신 '근로자'로 대체해 '근로자의 날'로 개명했다. 5월 1일로 날짜가 바뀐 것은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4년이었다. 민주노총은 근로자의 날을 원래 이름인 노동절로 되돌리자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름이 어떻든 메이데이는 노사가 화합하고 서로가 인식을 같이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날은 결코 투쟁의 시발점이 되어서는 안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