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kwon@nobangclinic.co.kr "요즘 봄이라서 그런지 쉽게 피로하고 괜히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납니다.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매사에 의욕이 없으니까 성욕도 거의 없고 관계를 가지려고 해도 발기가 잘 안되니 부부관계를 언제 가졌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입니다.벌써 늙은 건가요?" 50대 초반의 신사분이 어두운 얼굴로 물어온다. "자세한 것은 검사를 해보아야 알겠지만 증상으로 보면 남성 갱년기 같습니다." "남성갱년기라고요? 남자도 갱년기가 있습니까?" "40대 이후에 나타나는 남성호르몬 결핍증을 그렇게 부르는데 남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등의 호르몬 보충요법으로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때서야 얼굴이 조금 밝아지면서 호르몬 보충요법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는다. 노화방지클리닉에서 40∼50대 남성들을 진료하면서 흔히 보게 되는 풍경이다. 사실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성 갱년기라는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여성의 갱년기가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50세 전후에 대부분의 여성에서 명확하게 나타나는데 비해 남성호르몬은 급격한 변화없이 조금씩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모든 남성이 경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노화에 대한 호르몬의 영향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호르몬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이런 남성 갱년기가 증상이 모호하고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나이 탓으로 돌리거나 피로가 누적되어서 그렇거니 생각하고 확실한 치료법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성들은 질병을 남성의 사회적 역할이나 성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자신의 약한 모습,특히 건강과 성기능이 약한 것을 드러내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때로는 애써 외면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에다가 경제불황까지 겹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는 요즘이다. 해결할 수도 없는 외부적 문제로 스트레스만 받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면서 쉬어 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