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일본경제 어디로 가는가..姜萬洙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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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쪽 가고시마(鹿兒島)에 있는 온천휴양지 기리시마(霧島)의 호텔 창가에서 바라본 골프코스는 벚꽃이 지고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아 봄인데도 을씨년스러웠다.
노천온천에 들어가 한참 앉아 있어도 혼자였다.
호텔의 바는 이른 저녁인데도 문을 닫았다.
서울에서 골프 치러 온 기업인을 만났는데 '1만엔 내고 대통령 골프'를 쳤다고 했다.
10만원 내고 앞 뒤 아무도 없이 골프를 쳤다는 얘기다.
여행철인데도 문을 닫은 가게도 많았고 온천장도 문을 닫은 곳이 있었다.
'잃어버린 10년'을 지났는데도 불황의 터널은 계속되고 있었다.
일본사람보다 한국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한글 안내판을 붙인 곳도 있으니 한국사람이 큰 고객인 모양이다.
정부의 부양책에도 일본경기는 살아나지 않아 실업률은 최근 5년에 배나 뛰어 5%를 넘어섰고,지난해 임금은 사상 최악으로 2.3% 하락했다.
한 때 20%가 넘던 저축률도 5%대로 떨어졌고,개인파산자는 지난해 22만명이나 됐으며,경제성장은 0%를 오르내린다.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20%에 육박한 반면,이들이 금융자산의 절반을 차지해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먹히지 않고,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지출은 계속 위축상태다.
모든 품목을 무조건 1만원에 파는 '1천엔 상점'이 생기고 지금은 '1백엔 상점'도 생겼다고 한다.
정부보다도 국민이 경제의 심각성을 더 느끼고,정부가 부양책을 쓸수록 가계는 더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것이다.
어쩌면 일본사람다운 '내숭'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화산재를 뿌리는 활화산의 골짜기마다 언제일지도 모르는 화산 폭발에 대비해 용암유도로를 만들고,주민들은 화산이 터지면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중요한 것은 보따리에 싸 놓고 사는 준비성의 결과인 것도 같아 보였다.
"과거 2천년 역사 중 90%의 기간 동안 중국은 세계경제를 지배했다.
중국은 향후 10년간 매년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고,2017년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고 독일의 도이치뱅크는 전망했다고 한다.
중국은 과거 2천년 동안 거의 모든 시대에 오늘의 미국과 같이 세계경제의 20%를 차지했는데,17세기 말부터 청나라 정부가 상공업을 압박하면서 이런 위치가 흔들리게 되었고,19세기 중반부터 1970년대까지 1백40년간만 세계경제대국의 위치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일본은 중국의 성장에 상응해 경쟁력이 점차 사라지고 중국에 주도권을 내 주면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몇년 전 영국같이 될 것을 우려하더니 더 후퇴했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고 세계 제1의 대외채권국인 일본은 지금 위기를 위기로 알고 골프장이 텅 빌 정도로 허리띠를 조여 매고 있다.
일본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람도 있으나,소금에 절인 살구열매 하나를 반찬으로 삼고 2차대전의 폐허 속에서 털고 일어난 일본사람들의 지금 인고(忍苦)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움츠림 같아 보인다.
한국관광객을 위해 한국말 안내판을 만들고 낯간지러울 정도로 친절한 그들,인공으로 키운 스기나무로 목재도 자급하고,산골 농촌까지 도시같이 잘 가꾸어 놓은 것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낀다.
우리는 경제가 어려우면 저항력을 키우기보다 경기부양책이 먼저 논의되고,경기부양책을 쓰면 부동산투기부터 불이 붙는다.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고가소비재 수입이 늘어나 경상수지는 악화된다.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고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자 가계대출을 조이고,아파트 재건축을 묶었다가 경기가 죽는다고 다시 경기부양책이 논의된다.
일본보다 비싼 골프장 그린피는 그대로 둔채 여행수지를 걱정하고,대외경쟁력은 악화되고 있는데 내수경기 부양책을 논의하고 있는 우리는 위기불감증에 빠진 것 같다.
모두 합쳐야 일본 대기업 하나에도 못 미치는 재벌들을 두고 투자를 어렵게 해 중국으로 쫓으면서 국민에게 빚을 지우며 적자예산을 검토하는 것은 선후가 맞지 않고,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저항력을 높이는 것임에도 경기를 빌미로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다.
이것을 두드리니 저것이 나오고,저것을 치니 이것이 튀는 '두더지잡기'놀이를 하다가 정작 두더지는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