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한 시민단체가 프록터&갬블(P&G)의 글로벌 브랜드인 '아리엘'세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제품명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같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집트 소비자단체는 이스라엘 총리 이름과 같은 브랜드는 중동지역내 시오니즘(유대주의) 확장의 앞잡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특히 이 단체는 아리엘 제품이 친이스라엘적 정서를 갖고 있는 확실한 증거를 포착했다고 주장한다. 즉 3개의 고리로 연결된 브랜드 로고가 유대주의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주장은 아랍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다. P&G는 즉시 진화에 나섰다. 아리엘 브랜드는 샤론 총리가 집권하기 훨씬 이전에 출시됐으며,정치적 배경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로고도 표백효과가 뛰어난 세제성분의 분자를 뜻하는 것으로 다윗의 별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포장지에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확인인증 로고가 함께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P&G의 이같은 반박과 하소연에도 불구,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습이 시작되자 아리엘 보이콧은 회교권 여성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을 더해 가고 있다. 회교도가 5백만명이 넘는 프랑스의 P&G 법인 한 관계자는 "제품명이 국제사회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인다면 9·11 사태 이후 유럽 세탁기 브랜드인 '라덴'도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며 P&G는 반미정서의 희생양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제품 브랜드나 이름만으로 억지 추측을 하자면 끝이 없다. 미국 인기 영화배우 샤론 스톤은 이스라엘의 적이 될 수 있는 이름을 갖고 있다. '샤론(총리)에게 돌을 던져라'고 풀이를 하면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봉기)구호가 되기 때문이다. 아랍권에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리엘 제품은 이라크전쟁의 피해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다른 미국기업 제품과 달리 아리엘 브랜드는 전쟁이 끝나도 이스라엘 총리가 바뀌지 않는 한 오명을 벗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