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컨벤션산업은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정보교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자 모든 산업이 한 자리에 모이는 '산업의 꽃'이다. 선진국들은 전시컨벤션산업의 전후방 효과를 인식,시설 확충과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또 전시회의 대형화 전문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등 전시컨벤션산업을 21세기 국가전략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 '무역거래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제정을 시작으로 지원제도 정비 등 전시컨벤션산업의 육성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전시컨벤션산업 활성화 노력과 배치되는 일이 나타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서울시의 여의도중소기업종합전시장 부지 공개매각' 추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시장은 1996년 서울시가 중소기업에 대한 판로지원시책의 하나로 시소유 부지를 무상제공함으로써 건립됐다. 개장 이래 3백20여차례의 전시·박람회를 개최했는데 3만3천여 업체가 참가하고 1천1백만명이 방문함으로써 중소기업의 판로지원과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전시장 폐쇄를 전제로 하는 일반공개매각을 추진,2백85만 중소기업은 수도권내 유일한 중소기업 전용 전시공간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하고 있다. 국내 전시컨벤션은 85% 이상이 수도권에서 개최되고 있다. 전시컨벤션 공간 부족으로 수출과 판로에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그나마 하나 있는 여의도종합전시장이 폐쇄되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할 공간이 없어지고 만다. 우리나라의 전시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전시회의 대형화와 국제화가 필수적이지만,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신규 전시회 개발과 육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사업을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는 업종별 협동조합 및 협회 등 관련단체가 주축이 되어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데,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형 전시장이다. 독일의 경우 COEX의 14배에 달하는 하노버 메세를 비롯 뮌헨 쾰른 등 주요 도시마다 '메세'라 불리는 대형전시장을 지난 74년부터 건설해 오고 있다. 이 같은 전시컨벤션인프라를 터전으로 무역거래의 60∼70%가 전시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는 국제 규모의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COEX BEXCO에 불과해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주변 경쟁국에 비해서도 취약하다. 향후 국제 규모의 전시컨벤션을 개발 유치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도 부족한 판에 대안 없이 여의도종합전시장이 없어진다면 중소기업들은 막막해진다. 중소 규모의 전시컨벤션시설을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은 수출 확대를 위해 비싼 대형전시장을 기웃거리거나,외국 전시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전시컨벤션센터를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식,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건립비 지원,부지 무상제공,세금감면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경영은 기업마인드와 전문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민간에 위탁함으로써 운영의 묘를 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을 '동북아의 거점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컨벤션센터 등의 확충 및 전문인력 양성,원스톱서비스체제 구축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정 4개년 계획'상의 만화애니메이션,패션,인쇄산업 등 서울형 지식기반 신산업 활성화도 전시컨벤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여의도는 금융 증권 등 비즈니스의 중심지다. 인천공항, 지하철, 도시형고속도 인접 등 내외국인의 접근 용이성으로 인해 중소기업 지원시설 입지로는 최적지이다. 서울시는 경쟁입찰을 통한 전시장부지 매각의 단기적 효과보다 2백85만 중소기업의 지원인프라로 활용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를 살찌우는 생산유발,고용창출 등 장기적 효과를 고려하는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은 서울시가 여의도종합전시장 부지를 공공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지원 용도로 계속 활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시의 보다 사려 깊은 정책판단과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기대한다. -------------------------------------------------------------- ◇시론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