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4월5일) 전에 가장 바쁜 곳은 묘목시장이다. 집안을 나무나 꽃으로 단장하려는 손님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30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꽃시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로 인근 도로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자동차 5백여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에는 빈 자리가 없다. 야외에 있는 묘목시장과 초화시장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양재동 화훼공판장(www.yfmc.co.kr)은 농수산물공사가 지난 91년에 문을 연 화훼류 전문시장이다. 2만1천여평에 달하는 부지에는 꽃과 관련된 점포 3백80여개가 들어서 있다. 전국 7천여 농가에서 올라오는 꽃과 나무들이 이곳에 모이고 도.소매가 한꺼번에 이뤄진다. 이곳에서 파는 화훼류는 동네 화원에 비해 20%쯤 저렴하다. 식목일 전후 40일 동안에는 산림조합중앙회가 운영하는 묘목시장도 열린다. ◆활기 넘치는 묘목시장 "마당에서 키울 거라면 대추나무나 자두나무가 제일 좋아요.키우기도 어렵지 않고 나중에 열매 따는 재미도 있죠." 공판장 남쪽 구석 묘목시장에서 한 점원이 아버지와 딸에게 묘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넋을 잃고 설명을 듣던 김명림 어린이(6·면목동)는 마당에 대추나무를 심는다는 생각에 신이 나는 모양이다. 주위엔 각종 묘목들이 종류별로 포개져 있다. 이라크전 때문에 묘목시장을 찾은 가족도 있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고 있다는 이선숙씨(34·분당)는 "이라크전을 보고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묘목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은 마당에 자두나무를 심기로 했다. 식목일 직전 휴일인 까닭에 손님이 평소의 2배나 된다. 키워서 되팔려고 묘목을 사러온 직업 농부들도 눈에 띄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더 많아 보인다. 식목 시즌인 40일간 이곳에서 팔려나가는 묘목은 30만그루. 금액으로 따지면 6억원에 달한다. 산림조합중앙회 박용훈 과장은 "일반인들은 열매가 열리는 유실수를 많이 찾는다"면서 "살구나무 대추나무 자두나무가 특히 많이 나간다"고 귀띔했다. 묘목 가격은 한 그루에 2천∼3천원. 한꺼번에 1백주 이상 사면 3백원 정도 깎아준다. 농부들은 꽃나무를 많이 찾는다. 벚나무나 목련은 3∼4년쯤 키우면 출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묘목시장이 문을 연 지 20일째. 불경기 영향을 걱정했던 직원들은 생각보다 묘목이 잘 나가자 안도하는 모습이다. 박 과장은 "이 정도 추세면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방에 있는 묘목시장의 경우는 예년에 비해 매출이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에서는 초화가 적당 묘목시장 옆에는 1년생 꽃들을 파는 초화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팬지 베고니아 제라늄 프리뮬라…. 원색의 꽃들이 봄볕 아래서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초화시장엔 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찾아온다. 나무 심을 공간이 없기 때문에 꽃을 심기 위해서란다. 꽃을 고르는 가족 단위 고객 중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도 있다. 제라늄 화분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송파구 미림유치원 교사인 류효연씨(27)는 유치원을 꾸미려고 꽃을 사러 왔다고 했다. 류씨는 "지난주 목요일에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견학했다"며 "아이들이 양재동에 다시 가서 꽃을 사자고 졸라대는 바람에 이곳에 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파는 초화들은 대부분 가격이 저렴하다. 조그마한 화분은 2천원 정도. 큰 화분이라도 5천원이면 살 수 있다. 10개 정도를 사가면 집 전체를 화사하게 꾸밀 수 있다. 초화 매장의 한 점원은 "팬지 제라늄 페튜니아 등이 인기가 높다"며 "학교나 관공서에서 한꺼번에 수백 개의 화분을 사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