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한다.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세계 각국은 첨단 과학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것이 국력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후반 우리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과학기술 입국'의 슬로건 아래 인재를 양성하고 외국기술을 적극 도입 발전시켜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선진국 진입을 의미하는 이 목표는 첨단과학 원천기술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종래와 다른 과학기술발전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과학기술 선진국들과의 협력 확대가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정보통신 원자력분야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나,기초과학 우주항공 재료 정밀화학 광기술 등의 분야는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다. 이것을 메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파트너를 찾을 경우 이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러시아가 좋은 대상이다. 기초과학과 첨단기술이 뛰어나며 선진국들에 비해 협력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과학기술 발전은 17세기 말 피터 대제의 개혁에서 시작됐다. 그의 재위 말년에 러시아 과학아카데미가 창설됐고,그의 딸인 엘리자베타 여제 당시인 1755년 모스크바 국립대학이 설립되었다. 이 두 기관이 오늘날까지 러시아 과학기술의 양대 산실을 이루고 있다.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프,조건반사를 밝힌 파블로프 등 수 많은 세계적 과학자들이 탄생했다. 1904년 파블로프가 생리학으로 처음 노벨상을 받은 이래 2000년 물리학상의 알피요로프에 이르기까지 물리학 5회,문학 5회 등 모두 16회에 걸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냉전시대 소련은 과학기술분야에서도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57년 10월4일 인류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닉' 발사,61년 4월 유리 가가린이 탑승한 '보스톡'에 의한 인류최초의 유인우주비행 등이 당시 소련의 높은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준다. 48년 원자로 개발,49년 첫 핵실험에 이어 54년 세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시킨 러시아의 원자력 기술과 우주기술이 초강대국의 기초가 되었다. 세계 최고의 우주기술에 대한 자부심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재정에 의존해왔던 러시아의 과학기술기관은 소련의 붕괴로 시련을 맞게 되었다. 연구원과 교수들이 최저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마저 제때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는 소련 시절 4%에서 99년 1.06%(약 20억달러)까지 떨어졌고,연방정부예산 대비 연구개발비도 90년 7.43%에서 99년 3.59%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많은 두뇌가 전직하거나 러시아를 떠나 90년 1백94만명에 이르던 이들의 숫자는 99년 87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러시아 자존심의 상징이었던 미르 우주정거장도 2억5천만달러의 연간 유지비용 조달이 힘들어 2001년 3월 태평양상에 폐기했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선진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우수 과학자의 보호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나,과학기술 예산은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해외로부터 연구개발과 상품개발투자를 유치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또 러시아 정부는 군사기술의 상업 전용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처럼 우수한 기초과학 원천기술을 산업응용기술로 개발하려는 러시아는 우리의 좋은 협력 상대가 될 수 있다. 서방 선진국이 첨단기술 보호주의로 기울고,중국 등이 산업응용기술 분야에서 맹추격하고 있는 현실에서 러시아는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미 양국의 대학 연구소 기업간에 활발한 교류가 진행되고 있으며,양국 정부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종 과학기술관련 협정을 체결했다. 앞으로 이 분야에 있어서 공동 이익을 위한 두 나라간 협력은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그 결과 멀지 않아 우리 기술로 제작된 인공위성을 우리 땅에서 우리의 발사체로 쏘아올려 세계의 중심국가군에 합류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tichung@koreaemb.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