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 플라이셔 백악관대변인은 13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유엔의 승인 여부에 관계 없이 이라크를 공격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결의안이 부결되더라도 개전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국제법 전문가들의 견해는 좀 다르다.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유엔의 지지 없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국제전범'이 될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16명의 국제법 전문가들에게 '이라크 공격의 적법성' 여부를 질문한 결과 대다수가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니콜라스 그리프 버니마우스대 법학대학원장은 "무력 사용은 군사공격을 당했을 때 자위권 차원에서만 정당화될수 있다"며 "1945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판결을 기준으로 볼 때 부시 대통령이 유엔 승인 없이 이라크공격을 감행하면 전범으로 처리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 공격으로 민간인이 많이 희생되면 전범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콜린 워브릭 더햄대 법학교수도 "유엔 승인 없는 이라크공격은 유엔헌장 위반"이라며 "전장의 군지휘관뿐 아니라 전쟁명령을 내린 민간인 지도자도 전범으로 처리될수 있다"고 동의했다. 더욱이 이라크로부터의 즉각적인 위협도 없고,이라크 정부가 국제테러집단과 연계돼 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엑스터대의 데이빗 암스트롱 외교학교수는 "상황이 매우 까다롭긴 하지만 2차 결의안이 유엔에서 부결되면 이라크 공격의 법적인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전범 가능성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영국이 유엔의 1차 결의안만으로도 전쟁을 개시할 권한이 있다"며 전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