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라크의 전운 때문에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40달러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1월 한파로 인한 난방용 전력소비량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나면서 우리 나라는 2월에 3억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2개월째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적자폭도 커졌다. 특히 수출은 20%대 증가율이 5개월째 이어졌고,지난 1월까지 4개월 간 20%대를 유지했던 수입 증가율은 2000년 9월 이후 29개월 만에 30%대로 높아졌다. 정부는 석유수입 부과금과 관세를 인하하는 등 고유가 상황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고유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피해가기가 그리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번 고유가 사태는 미국과 이라크간의 갈등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라크 문제가 매듭되기 전에는 유가의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게 돼 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의 유가 폭등사태를 겪은 바 있다. 그러는 동안 정부와 민간은 에너지의 이용효율 향상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그 결과 1999년 이후부터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밑도는 등 우리의 에너지소비 형태가 바람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폭등사태와 같이 짧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오를 때에는 '절약을 통해 에너지소비를 일시적으로 줄이는'고전적인 방법 외에 왕도는 없다. 지난해 말 세계 6위의 석유수출국이자 세계 최고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노르웨이도 전기부족에 직면한 일이 있었다. 노르웨이는 생산되는 천연자원의 대부분을 수출하고,자국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수력발전으로 충당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 발전량이 감소해 에너지난을 겪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의 에너지난 대처방안이다. 노르웨이정부는 에너지절약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방의 전등을 끄고 실내온도를 낮추도록 국민들에게 적극 권장했다. 전력부족 사태에 대한 이들의 1차적인 대책은 '에너지절약'이었던 것이다. 우리 나라 상황도 노르웨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정부는 고유가 사태에 대응해 공공기관의 승용차 10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일반승용차에까지 강제 10부제 실시를 검토 중이다. 이렇게 전체 차량에 대해 자동차 10부제를 시행할 경우 한달에 7천만ℓ 이상의 휘발유가 절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찜질방 대중목욕탕 등의 에너지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건물의 옥외조명 사용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에너지절약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로 국민의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에너지낭비 요소를 모두 없앨 수는 없다. 또 획일적인 규제는 많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온 국민이 에너지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자신의 직장과 가정에서 가능한 한 에너지를 절약할 때 고유가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자동차의 연간 주행거리를 10% 줄이면 3천27억원어치의 에너지가 절약된다. 또 엘리베이터를 격층 운행할 경우 전기료를 23% 절약할 수 있으며,닫힘버튼을 없애면 최고 11.3%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실천과 참여가 없다면 정부의 어떠한 정책도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유가는 전쟁 노동문제 전략 등 다양한 요인으로 등락을 거듭한다. 지금의 고유가 사태는 원래 베네수엘라 석유노동자들의 파업 사태라는 산유국 내부사정에서 촉발됐지만,이젠 이라크 전운에 좌우되고 있다. 지난 2000년의 유가 폭등사태는 산유국의 석유 생산량 감축으로 인한 것이었다. 설사 이번의 고유가 사태가 수습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어떤 요인으로든 유가가 다시 폭등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등락을 거듭하는 국제유가에 대해 우리 경제가 대응력을 갖기 위해서는 조력발전,태양열 이용 확산 등의 적극적인 대체에너지 개발과 각종 전열기구를 비롯한 에너지사용기기의 효율 향상 등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에너지 절약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고유가 극복의 키워드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