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현대상선 대북송금'사건을 규명하기위한 특검법안과 고건 총리 후보자 인준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특검법안 처리 여부를 둘러싼 여야간 대치로 난항을 겪었다. 이날 본회의 초반,의사진행 발언권을 놓고 민주당과 박관용 국회의장 간에 고성이 오갔고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신경전도 이어졌다. 특히 민주당측은 20여명의 의원들이 릴레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시간 끌기 작전을 펼쳐 오후 늦게까지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 정균환,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이날 총무접촉을 갖고 두 현안에 대한 막판절충을 시도했으나 안건 처리 순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회의장 주재로 마련된 3당 총무회담도 민주당 정 총무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날 본회의에선 특검법안을 먼저 처리한 후 인준안을 처리하려는 한나라당과 관례에 따라 인준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박관용 의장이 한나라당에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설명할 발언권을 주자 민주당 의원들은 "편파적인 회의 운영을 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양당 의원 사이에 고함이 오갔다. 이에 박 의장은 "전체 의원들이 법적 요건을 갖춘 법안을 다수결 원칙에 따라 처리하자고 하면 의장은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며 "국회법에 따라 모든 것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의 입장 표명에 이어 양당간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특히 15명 이상의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을 상대로 '릴레이 의사진행 발언'공세를 폈다. 전임 국회의장이었던 민주당 이만섭 의원은 "40여년간 인사문제를 가장 먼저 처리해온게 국회의 관례인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며 "1백50석이 넘는 거대정당인 한나라당은 당당하게 인사문제를 처리한 후에 특검법안을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경재 의원도 "특검법 처리를 졸속으로 강행하면 대한민국은 특검공화국이 돼 국회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국회가 돼서는 안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윤경식 의원은 "지금까지 대북 비밀송금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했으며 언제까지 특검제 실시 여부를 가지고 논의만 할 수는 없다"면서 "여야간 타협과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다수결 원칙이 국회법 정신이고 의회민주주의"라고 맞섰다. 이재창·김동욱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