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대참사 닷새째인 22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구시민회관 한 켠에 아내와 아이의 생사를 모르는 두 명의 아버지가 넋이 나간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실종된 아내(박미영.39)와 딸(전혜진.7)을 찾고 있는 전재영(43.컴퓨터학원 경영.경북 김천시)씨는 사고 발생 닷새가 되도록 소식이 없는 아내와 딸을 이제는 가슴에 묻어야 할 것 같다. 또래보다 말이 좀 늦은 혜진이의 언어치료를 위해 대구에 있는 병원으로 가던 날 아침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던 아내의 말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음성이 되고 말았다. 휴대폰도 없을 정도로 알뜰했던 아내라 다른 실종자처럼 휴대폰 발신지 추적도 안돼 실종자 확인을 받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행히 사고 당일 김천역과 대구역, 지하 대구역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 TV에 빨간 점퍼 차림의 혜진이 모습이 담겨있었다. "한 달 있으면 초등학생이 된다며 좋아하던 혜진인데..."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전씨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부산에 놀러 간다며 집을 나선 아내(정명희.35)와 아들(도경록.9)을 찾고 있는 도태엽(37.자영업.대구시 달서구)씨. 친목계원들과 아이 동반 부산나들이 약속을 했던 아내는 지난 19일이었던 약속일을 착각, 하루 앞선 18일 오전에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서 대구역에 도착했다. 여느 주부처럼 도심 백화점에서 쇼핑을 할 법도 하련만 지하철을 타고 곧장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다. "휴대폰 연락이 끊긴 곳이 사고 현장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도씨는 "하나밖에 없는 아내와 아들을 이렇게 보내야만 하는지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며 치를 떨었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