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회사로 널리 알려진 해표는 최근 신바람이 났다. 25년만에 다시 뛰어든 라면시장에서 자사 제품인 "현미라면"과 "감자라면"이 기대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할인점 다섯군데에서 시험판매한 결과,"맛이 독특하다.메이저 업체들보다도 맛이 깔끔하다." '더 살수 없느냐'는 등의 고객전화가 빗발쳤다. 해표는 이번 주부터 이마트 전 점포로 판매처를 확대키로 하고 제품 추가생산에 돌입했다. "마이너" 브랜드인 해표라면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프리미엄급 전략 덕분이다. 밀가루와 화학조미료(MSG)를 쓰지않고 현미와 감자전분을 면 재료로 사용해 제품원료부터 차별화 했고,가격도 기존 라면의 두배에 가까운 개당 8백80원으로 정하는 등 고가정책을 펼쳤던 것.회사측은 "맛이 좋다면 가격은 문제삼지 않는 소수고객을 타깃으로 삼았는데 고객층이 생각보다 두터운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미엄급 라면이 뜨고 있다. "라면=저가식품"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건더기가 푸짐한 라면,영양성분을 강화한 라면,천연에 가깝고 싱싱한 재료를 사용해 전통음식맛을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 프리미엄 라면의 강점이다. 특히 한번 히트 치면 틈새제품 이상의 매출증대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업계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정체되고 있는 라면시장에서 고급 면류시장은 해마다 30~40%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업체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프리미엄 경쟁에 불을 붙인 곳은 선두업체 농심.2001년 3월 7백50원짜리 "무파마탕면"을 개발,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존 주력제품인 신라면(5백20원)보다 40%이상 값이 비싼 무파마탕면은 국물맛이 시원한 소고기장국을 모델로 개발된 제품이다. 분말스프와 건더기스프외에도 양념스프를 별도로 넣어 시원한 맛을 보강했고 동결건조한 무,파 건더기를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반응이 좋자 농심은 "무파마탕면"을 아예 차세대 주력제품으로 육성키로 하고 대대적인 광고와 판촉행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매출액도 지난해 3백20억원에서 올해 4백억원으로 대폭 늘려잡고 있다. 농심은 면발부터 차별화하기 위해 독특한 공법을 도입했다. 얼큰한 버섯찌개맛과 쫄깃한 생면발이 특징인 "생생라면(1천3백원)"은 면발의 수분이동을 최소화한 진공면 공법이 비결이다. 이밖에도 전통 칼국수를 재현한 "생생칼국수 닭고기맛"과 "생생칼국수 해물맛"도 "삼층제면법"이라는 독특한 공법을 사용해 쫄깃한 칼국수 특유의 식감을 살려냈다. 한국야쿠르트 역시 지난해 11월 "참마시라면(7백50원)"을 내놓고 프리미엄 라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콩나물,홍고추,대파 등의 재료를 조리해 국물과 함께 파우치에 담은 생스프로 얼큰한 육개장 맛을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재료를 90도에서 저온살균한 생스프는 콩나물이 넉넉하게 들어있어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면발도 기존 라면과 차별화했다. 칼슘,식이섬유와 소화흡수를 빠르게 하는 발아현미를 첨가해 맛과 영양을 동시에 고려했다. 프리미엄 시장 선점을 위해 마케팅도 어느때보다 공격적이다. 전국 1만2천여명의 야쿠르트아줌마를 통해 1백20만가구에 신제품을 무료로 나눠주는가 하면 연초부터는 5t차량을 동원해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을 돌며 현장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주는 시식행사를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올해 참마시를 주력제품으로 키워 1백5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삼양식품은은 국내관광객과 수출까지 겨냥한 "신(新)김치라면"을 내놓고 프리미엄 마케팅에 돌입했다. 4백~6백원대인 기존 라면보다 비싼 7백50원대로 가격을 높이는 한편,국내 처음으로 포장에 일본어 표기를 넣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김치 후레이크를 보강해 고유의 김치맛을 특히 강조한 제품으로 진한 국물맛이 일품"이라고 설명했다. 이관우 기자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