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가 지난달 12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 이후 한동안의 소강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긴장국면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이 영변 핵시설 주변에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사용후 핵연료봉(폐연료봉) 이동을 시작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함에 따라 북핵위기는 이달 중 급격히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폐연료봉의 재처리는 곧바로 핵무기 제조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94년 제네바합의에 따라 영변의 별도 저장시설에 보관된 8천개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이 시작될 경우 빠르면 2개월, 늦어도 6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여기서 추출되는 플루토늄의 양은 적어도 4-6개, 많게는 6-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정도라는게 전문기관들의 추정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넘어서는 안될 여러개의 금지선(red line) 중 마지막 `금지선'으로 사실상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상정하고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폐연료봉 이동 가능성에 대해 즉각 강한 경고에 나선 것과 미 태평양군사령부의 한반도 주변전력 증강요청 보도, 미 행정부내 일부에서 북한의 이번 핵위협을 단순 협상용이 아닌 핵무기를 실제 제조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사안이 이처럼 심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 핵재처리시설 가동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말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을 선언한 바 있는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핵재처리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는 12일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여부를 결정할 특별이사회 소집을 잠정 결정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핵사태는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우리 정부의 입지를 더욱 좁힐 수 있다. 북한도 이같은 계산을 충분히 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벼랑끝 전술' 성공을 위해 핵위기 최고조 상승을 통해 미국과의 담판을 시도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실제 핵무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관측하에서 북한은 핵재처리시설 가동과 함께 이미 준비작업이 진행중인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의 재가동을 시작했음을 조만간 공식 선언하는 `히든카드'를 뽑아 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제사회의 중재노력으로 새해들어 해결국면이 모색되던 북핵사태는 다시 위기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향후 북한의 움직임과 한.미.일 3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