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을 비롯해 우리·광주·부산은행 등에서 불법유출된 비밀번호와 위조카드로 고객 몰래 현금을 인출해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된 요즘 이같은 범죄는 해당 금융기관의 신뢰추락은 물론이고,국가경제의 신용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임에 틀림없다. 금융거래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각종 정보화기기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고객정보의 무단유출이 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 또한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될 것이다. 정확한 사고발생 경위는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우선은 더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긴급대책을 세우는 일이 급선무다. 농협과 광주은행이 자체발급 신용카드를 전면적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보안상 허술한 구석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철저히 점검해야 마땅하다. 사고가 발생한 은행들뿐만 아니라 제 2금융권을 포함한 다른 금융기관들도 이번 기회에 보안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사고예방 노력을 강화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습 노력과는 별도로 금융기관들과 금융감독당국의 무사안일과 허술한 보안의식에 대해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옳다. 카드위조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3개월이 되도록 해당 금융기관과 감독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비슷한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감독당국이 제 2금융권의 카드발급이나 보안체제 등에 대해선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 비난여론이 과연 지나친 억측일까. 만든지 12년이 넘는 구형 자기테이프 카드를 아무런 보완 없이 그대로 사용해온 농협측의 무책임과 무신경도 문제지만 그것을 방치해온 금감원 역시 직무유기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가지 지적할 점은 급속한 정보화와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영업행태가 어우러져 고객정보가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수가 불과 몇년 사이에 1천5백만명을 넘을 정도로 크게 늘어났는데 보안시스템은 어떤지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1천만장이 넘는 농협 카드중 사용중인 건 1백50만장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니, 많은 고객들은 사용하지도 않는 카드를 발급 받는 바람에 공연히 정보노출 위험만 떠안고 있는 셈이다. 감독당국은 금융기관의 보안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태의연한 외형팽창 위주의 경영행태 역시 강력히 단속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