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초대 총리 인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측은 22일 국회에서 인수위법이 처리되면 곧바로 새정부 초대 총리 내정자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시한이 불과 3-4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초대총리가 될 것인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노 당선자는 18일 저녁 TV 토론에서 "총리 인선문제는 아직 비밀"이라면서 "정해져 있지도 않고, 아직기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고 인선 내용의 철통 보안을 과시했다. 당선자 주변에서는 "이미 당선자가 마음을 정했으며 발표만 남았다"는 관측과,"2-3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막판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노 당선자가 염두에둔 총리감이 아직 수락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노 당선자가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에게 회동제의를 한데 이어 18일 여야 총무를 만나 새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는 등 22일인수위법 국회 통과를 서두르고 나선 것은 이미 총리감이 확실히 정해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노 당선자는 이날 토론에서 "안정총리 얘기를 계속했고, 그리로 가야할 것 같다" 고 말해 `안정.균형 총리' 인선기준이 불변임을 강조했다. 그동안 개혁성.청렴성이나 국민 지지 등을 강조해 왔던 당선자 주변의 기류도 있었지만 당선자가 고심끝에 안정쪽을 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그는 특히 국가를 선박에 비유하면서 "항해하면서 내부수리를 계속해야 하는데 선장이 자꾸 들여다 보면 항로가 틀어지니까 믿을만한 항해 사가 항해를 계속하고 개혁은 대통령이 안심하고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개혁 대통령, 안정총리론'을 역설했다. `개혁주창자로서 옛날에 한번 총리 했던 인물은 재기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통령으로 알맞은 사람을 총리하는 자리에 갖다 놓으면 두 사람 따로 따로는 굉장히 역량이 있고, 개혁적이고 훌륭한데 계속 어긋나기만 할 수 있다"면서 "제가 몽돌이처럼 생긴 돌이라면 총리는 그 돌을 받쳐주는 나무받침대처럼 안으로 쏙들어간 사람이 짝이 잘 맞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고 건(高 建) 전 총리가 안정감과 행정경험 등의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인사라는데 당선자 주변에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의 병역면제 등이 청문회에서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부담이고, 그가 선뜻 총리직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나무받침대형' 총리감으로 진 념(陳 稔) 전 경제부총리도 거론되고 있다. 안정감과 개혁성을 갖춘 인물로 당내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등이 강력히 추천하는 김원기(金元基) 고문은 `현역의원 배제' 원칙이 총리에게 적용될지 여부가관건이다. 김종인(金鍾仁) 전 경제수석과 박세일(朴世逸) 전 정책기획수석 등 경제통들의기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고, 최근에는 원로 법조인 이세중(李世中) 변호사도 거론되지만 안정 기준과 청문회 검증 과정 등이 난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