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26일 경기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에서 개헌과 정당개혁, 인사대탕평 원칙을 비롯한 국정운영 방향과 집권 청사진, 정치철학을 밝혔다. 노 당선자는 이날 행사 준비실무진에게 일부러 많은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양해를 구한뒤 50여분에 걸쳐 자신이 가진 다양한 국정운영 비전과 철학을 소상하게 설명해 향후 `노무현 정부'의 운용방향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마스터플랜' 제시는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국정운영 의지를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특히 정치권에 대해서는 `시간표'를 제시한 것으로도읽혀질 수 있어 주목된다. 노 당선자의 이날 연설은 청탁 척결과 정치개혁, 국정개혁, 새 비전 마련을 통한 '새로운 국가' 건설 방안 마련으로 요약했다. ◇인사혁신.청탁근절= 인사관행을 '실질적'으로 제도화할 방침을 밝히면서 제1의 덕목으로 능력 위주의 적재적소 원칙을 제시했다. 또 능력이 동등할 경우 지역간.남녀간 등 균비를 고려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하는한편 강한 어조로 '인사청탁' 로비문화 척결의지를 밝히는 등 탕평인사 구상을 밝혔다. 노 당선자는 "아주 공정하고 필요한 요소들이 검증될 수 있도록 하고, 개방적인제도화를 하겠으며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사로비 등 청탁문화를 뿌리뽑아 '걸리면패가망신한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말해 인사청탁을 하다 적발될 경우 반드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당선자는 특히 "다른 (기업 등의) 청탁에 대해선 특별조사 제도를 만들어 조세문제를 포함해 특별조사를 실시, 아무 흠이 없는 경우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도록 엄청난 타격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인사와 세무 등 청탁 배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청탁행위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 `패가망신'할 정도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강력한 경고가 담겨 있는 발언이다. ◇당정분리= 노 당선자는 대통령이 당 총재 직함을 갖고 정당을 지배함으로써빚어지는 하향식 정치문화, 자율성.창의성 차단의 병폐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써 국민에 대한 약속임을 상기시키며 철저한 원칙 준수를 재확인했다. 정당지배의 핵심 수단으로 당직 임명권과 공천권을 예시하고 평당원의 지위에머물면서 자신은 투표권만 행사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평당원으로서 당의 발전방향에 대해 발언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도 함께강조했다. 그러나 발언 수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발언은 기존 문화에 비춰 엄청난 파장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절제하겠다"면서 "당이 위기로 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등 최고의 비상사태에서만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절제원칙'을 밝혔다. 노 당선자는 하지만 민주당의 정강.정책 실천을 국민에게 약속하고 당선된 만큼정책분야에 대해선 철저하게 당정간에 협의와 공조, 조율과정을 거쳐나갈 것임을 약속했다. ◇정치개혁= 각 정당이 내부정비를 마치면 정치권에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위한협상을 제안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 당선자는 "지역구도를 깨주면 그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양보할 생각이 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구상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정치자금에 언급, "지금까지 시민단체는 정치자금에 대해선 묶는 것으로만 접근해왔고, 이로 인해 정치인이 죄인 취급을 받아왔으나 전업정치인의 경우돈벌이를 얼마나 할 수 있겠느냐"며 전업정치인이 부정하지 않고 돈 걱정없이 정치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노 당선자는 그러면서 "금전을 통한 매표행위에 대해선 전 행정권과 공권력을총동원해 막고 색출하고 엄벌하는 쪽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인척 관리= 친인척 관리를 위한 감시시스템을 만들고 친인척에게 청탁을 할경우 철저히 조사하겠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노 당선자는 "친인척 관리와 관련해 지금부터 아우성이 나오고 불편이 이루말할수 없을 정도로 전화가 와 못살겠다고 한다"고 소개하고 "(취임) 이전에는 별 방법이 없으나 감시시스템을 만들어 줄대는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언급에 대해 청렴성을 돋보이기위한 과시가 아니라 연고와 정실문화를 배제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측근기용= 노 당선자는 자신의 참모들의 경우 철저히 검증한 인사들로서 원칙적으로 기용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오랫동안 내 참모들에 대해 능력을 검증했고 신뢰를 하고 있으며,개인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충성심이 있다"며 평가하고 "참모는 참모로 꼭 쓰겠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노무현을 위해 10년씩 노력한 사람을 지금 쫓아버리면 조직문화가어떻게 형성되겠느냐"며 참모 기용 입장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참모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가급적 숫자를 줄이고 요직에내세우지 않겠다"고 밝히고, 자신이 직접 참모들에 대한 관리를 통해 비리나 정책적오류가 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그는 또한 자신에게도 `가신'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자동차도 관리해줘야 하고내 개인적인 문제도 봐줘야 하므로 가신은 가신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혀 참모와는달리 `역할'을 한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당내 인사평가= 당내 인사평가를 제도화해 평가결과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 각부처에 기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당선자는 "여러분이 제시한 평가방법에 의해 평가하겠다"며 "지금부터 총선까지 시스템으로 평가해 당에서 이런 사람을 쓰라고 하면 우선 청와대에서 쓰고 정부에서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가결과가 엉뚱하게 나오고 주관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승복해야 한다"며 승복문화를 강조했다. (양평=연합뉴스) 고형규 전승현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