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을 깨고 15주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닷새째 하락 행진을 이은 환율은 달러매도가 매수를 압도하며 시장 흐름을 아래쪽으로 밀어 내렸다. 개장초 달러/엔 환율의 121엔대 진입에 기댄 달러매수(롱)플레이가 달러/엔 반락과 공급우위 등으로 뒤집어지며 손절매도가 이어진 모양새. 시장은 달러매수 세력의 부재를 공감했다. 역외세력은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도에 대응한 롤오버 매수에 인색했으며 오히려 보유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밤새 달러/엔의 움직임이 여전히 최대 관심사로 지목되고 있다. 닷새 하락에 따른 조정 여지가 있음에도 반등폭은 크지 않아 보인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10원 내린 1,196.0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9월 5일 1,195.30원이후 가장 낮았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06.00원, 저점은 지난 9월 9일 장중 1,194.00원까지 내려선 이래 가장 낮은 1,195.50원을 기록했다. 하루 변동폭은 10.50원으로 지난 6일 11.90원 이후 최대 진폭.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8억2,7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3억7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5억9,000만달러, 5억2,840만달러가 거래됐다. 18일 기준환율은 1,200.70원으로 고시된다. ◆ 심리적 하락 '우세' = 연말을 앞두고 시장 참가자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달러/엔 등의 외부변수에 일방적으로 휘둘리고 있다. 계절적 수요 등에도 불구, 역외세력이 휴가 등을 이유로 매수세력의 약화가 눈에 띄게 확연하다. 달러/엔 반등이나 역외매수가 없다면 좀 더 아래로 밀릴 여지가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심리적으로 지지선을 구축하던 1,200원이 무너진 것에 의미가 있다"며 "NDF정산관련 매물이 많았었는데 달러/엔이 반락하면서 손절매도가 손을 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리적으로 아래쪽으로 추세가 돌 가능성이 있다"며 "일단 달러/엔이 120.50엔을 지지하느냐 여부가 중요하며 내일은 1,190∼1,20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개장초 1,200원 결제수요에 기댄 달러매수(롱)플레이가 엮이면서 역외의 악성매물까지 출회됐다"며 "역외가 매수 주체세력으로 자리잡지 못해 달러/엔의 반등이 없으면 좀 더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네고 업체가 급해졌으며 NDF정산관련 역내 매도가 연말까지 대기, 서서히 내려가는 그림을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일은 일단 1,192원 정도에서 막힐 것 같고 위로는 1,202원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달러/엔 급락, 매도 우위 = 전날 뉴욕장에서 121엔대로 올라섰던 달러/엔은 달러의 추가 약세 가능성과 국제 정세의 불안감 등을 품고 120엔대로 재차 내려섰다. 일본 정부의 거듭된 구두개입도 별다른 약발을 받지 못했으며 일본은행(BOJ)의 정책회의 결과도 엔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달러/엔은 뉴욕장에서 121.33엔으로 마감한 뒤 이날 오후 급락세를 띠며 120.55엔까지 밀렸다. 그러나 저가 매수 등으로 120.50엔이 지지되는 가운데 오후 5시 16분 현재 120.67엔을 기록중이다. 일본은행(BOJ)은 이날 정책회의 결과, 기업 자금경색을 풀기 위해 자산담보부유동화증권(ABS)과 자산담보 기업어음(ABCP) 발행을 증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기업도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엔/원 환율은 원화 강세의 진전으로 장중 100엔당 990원을 하회하기도 했으며 같은 시각 990원선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920억원, 69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이틀째 순매도 공세를 이었다. 한편 재경부는 달러/원의 급락으로 "외환수급 등을 감안할 때 최근 환율변동은 환율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현재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나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 환율 장중 움직임 = 전날보다 2.90원 높은 1,206.00원에 출발한 환율은 NDF정산관련 역내 매도 등으로 10시 23분경 1,202.80원까지 반락했다. 그러나 저가매수로 추가 하락이 저지돼 한동안 1,203.00~1,203.80원에 등락하던 환율은 달러/엔 하락으로 1,201원선으로 내려앉은 뒤 1,201.8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와 같은 1,201.8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이내 달러/엔 급락과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 처분으로 2시경 저점인 1,195.50원까지 밀렸다. 이후 환율은 저가 매수와 구두개입 등으로 소폭 반등, 1,198원선으로 올라섰으나 역외 매도 등으로 다시 1,196원선으로 되밀렸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