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한 무기사찰활동이 재개 1주일여를 맞은가운데 이라크와 미국 양쪽에서 쏟아지는 비난으로 인해 사찰단이 사면초가의 처지에 빠졌다. 이라크는 사찰단이 미국의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나선데다 미국 또한 사찰단의 활동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한채 시간만 끌고 있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은 사찰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의 첩보기구 모사드의 스파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라마단 부통령은 지난 4일 이집트 의회대표단 및 종교지도자들과 만나 "사찰단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있을공격에 대비한 조건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사찰단이 후세인 대통령궁을 전격 방문해 사찰활동을 벌였을 때도 후세인측근들이 사찰단을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이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5일 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 나와 비난을 자제한 채 "사찰 재개는 대량살상무기 의혹을 씻을 수 있는 기회"라며 인내심을 갖고사찰과정을 지켜보자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태도여서 주목된다. 반대로 미국측도 사찰단의 초기 활동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 2일 미국방부에서 행한 연설에서 초기 사찰결과가 `고무적이지 않다'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은 더 나아가 "미국과 영국 등 첩보기관을 운영하고있는 국가라면 누구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사찰단의 활동이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기정 사실화했다. 하지만 미국은 사찰단에 관련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유엔결의 1441호제10조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관련정보를 사찰단과 공유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에 자신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한스 블릭스 유엔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은 아직 어느 정부로 부터도직접 비판을 받은 바 없다며 자신의 입장을 항변하고 나섰다. 블릭스 위원장은 "나는 누구도 단순히 틀렸다는 말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그런 사람은 증거를 대야 하며 항상 증거를 다루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엔본부 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